[정종선] '마지막 프로생활 유종의 미 거두겠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0분
"역시 괜찮은 선수야."
프로축구 안양 LG의 박병주 감독은 요즘 `이적생' 정종선（32．DF）만 쳐다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전북에서 스카우트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박감독은 지난해 12월 전북측에 구걸하다시피 해서 루키 정주완을 내주고 정종선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지난시즌 철통같은 수비로 LG 공격수들에게 애를 먹였던 정종선만 영입한다면 수비불안은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동계훈련 기간동안 치른 연습경기 때마다 정종선이 수비를 총지휘하는 스위퍼로 기용되면서 각팀 감독들로부터 LG의 수비력이 몰라보게 나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
박병주 감독은 "（정）종선이는 지난 90년부터 5년동안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답게 수비의 맥을 잘 짚어내고 악착같은 근성을 겸비하고 있는 최고의 수비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팀의 최고령자인 정종선이 박감독의 총애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매사에 모범을 보이며 후배들에게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주고 있는 것.
정종선은 최근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오도록 치렁치렁 기르고 있던 임종국（GK）과 김종연（FW）에게 호통을 쳤다. 그렇게 머리를 길게 기를 정도의 여유를 부리다가는 냉엄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충고한 것.
임종국과 김종연은 정종선의 이런 충고를 받아들여 이번 일본 전지훈련 동안 머리를 단정히 깎고 팀분위기 쇄신에 동참했다.
정종선은 "되돌아보면 좀더 알찬 프로생활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다"면서 "비록 늦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마지막 프로생활이나마 멋지게 장식하겠다"고 말했다.
[가케가와(일본 시즈오카현)=송진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