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이의정(5)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인기가 치솟으면서 각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에서 캐스팅 제의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몸은 하나인데 어떡하란 말이냐. 도무지 어느 프로그램을 해야할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출연해달라는 프로그램은 모두 다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바람에 문제도 생겼다. 이중출연으로 빚어진 법정소송. KBS가 MBC TV `일요일 일요일밤에'에 출연하려는 나를 상대로 법원에 방송출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내용인즉 KBS 2TV `슈퍼선데이'에 출연하는 동안 동시간대 타사 주말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는 계약상의 위반이라고 했다.
매니저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복잡한 타협과정을 거친뒤 결국 `일요일 일요일밤에'를 포기하기로 했다. 최근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뽑기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계약상의 하자가 모두 제거된 탓이다. `슈퍼선데이'가 폐지됐기 때문. 그 사건이 있은 후 꼭 5개월만이다.
짧지만 가수로 데뷔해 활동한 것도 내가 보람으로 생각하는 일중 하나다. 작년 겨울 난 여고2년생인 이재인 박소인과 함께 여성3인조 프로젝트그룹인 `베티'를 결성하고 가수로 힘찬 날갯짓을 폈다. 첫 앨범을 내고 쇼오락프로에 출연해 춤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베티'라는 이름은 당시 미국의 인기만화영화 `베티붑'의 주인공 베티와 모습이 비슷해 붙여졌는데 나중엔 `베티패션'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대성공이었다. 두달간의 시한부 활동이었지만 연기와는 또 다른 보람과 희열을 만끽했다.
벌써 주어진 지면이 다 돼 아쉽다. 이제 오늘이 있기 까지 과정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얘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실 나는 아역연기자로 시작해 올해 연기생활 10년째를 맞는 고참연기자다. 초등학교 6학년때 우연히 백화점 어린이 CF모델을 한 것이 계기가 돼 연예계 맛을 들였다. 어린 마음에 TV나 잡지에 얼굴이 나오는게 왜그리 자랑스러웠는지. 장충여중 2학년때 어린이 드라마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MBC TV `뽀뽀뽀' `우리들의 천국' SBS TV `공룡선생' `궁합이 맞습니다'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그리고 은광여고에 진학하면서 활동영역을 더욱 넓혔다. 사춘기 사랑열병도 생겼다. `우리들의 천국'에 함께 출연했던 김찬우 오빠를 은근히 좋아하기도 했다. 주변에선 `어린 것이 벌써 연애한다'며 놀려대기도 했지만 순수한 마음의 감정을 굳이 감추지는 않았다.
올해 난 수원여전 무용과를 졸업했다. 은광여고 졸업후 한번의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뒤 들어간 곳이라 애착이 컸다. 방송활동 때문에 성실한 학교생활을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자셋 여자셋' 동료연기자들에겐 물론 부모님에게 조차 알리지 않고 혼자서 졸업식에 참석하던 날, 멀리서 인파를 헤치고 꽃다발을 든채 달려오는 어머님을 보고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팬여러분, 더욱 겸손하고 분발하는 `연기자 이의정'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릴게요.[끝]
※다음호부터 관록의 로커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가수 김종서의 언더그라운드 시절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강일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