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분단시대(4)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바우와 킹 모두 암컷을 적과 공유한다는 게 싫었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가장 살판난 것은 암컷 5마리였다.
암사자들은 박쥐처럼 남과 북을 오가며 발정기의 갈증을 넉넉히 해결할 수 있었다.
수사자가 하루에 사정(射精)할 수 있는 횟수는 약 30번.
그러나 짝짓기에서 수동적 입장에 있는 암컷은 얼마든지 수컷을 받아들일 수 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암컷들은 발정기가 되면 한번이라도 더 `씨'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점에서 어느 한쪽에 `전속'으로 묶이는 것보다 `프리랜서'로 뛰는 게 훨씬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암사자의 발정기는 약 20일에 한번쯤 찾아와 5일쯤 계속된다.
확률상으로 따지면 한달 가운데 25일은 암컷중 누군가는 발정기를 맞고 있어 수컷들이 성욕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숫자놀음일 뿐 암컷들의 발정기가 중복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짝짓기의 공백은 더욱 길어지게 마련이다.
하필이면 사파리 암컷들이 그랬다.
무려 3마리가 하루 이틀 차이로 발정기를 맞는 바람에 수컷들이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날수는 그만큼 적었다.
라일락 향기가 짙어지던 5월의 어느날이었다.
`짝짓기 춘궁기'를 맞은 수컷들은 인내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라일락 향기보다 감미로운 냄새가 사파리를 조심스레 번져나갔다.
누군가 발정기를 맞은 게 틀림없었다.
바우와 킹은 본능적으로 발원지를 찾아나섰다.
열흘이 넘도록 `굶은' 상황이어서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구역'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고기떼를 쫓다가 어로수역을 넘어간 어선과 다를 게 없었다.
냄새를 피운 것은 사파리에서 가장 잘 빠진 암사자 수지였다.
바우와 킹은 거의 동시에 수지를 찾아냈다.
그러나 냄새에 모든 게 마비된 바우와 킹은 서로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직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던 바우와 킹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챈 것은 둘 사이가 불과 10@쯤으로 가까워졌을 때였다.
수지를 가운데 두고 바우와 킹이 양보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