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 '연기하나는 똑소리나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3시 49분



추상미(25)는 '신인'이란 꼬리표를 떼기엔 이르지만 연기력에 있어선 믿음을 주는 배우다.
현재 40% 정도 촬영된 영화 '퇴마록'(폴리비전 엔터테인먼트 제작)의 박광춘 감독은 추상미를 보고 "흐뭇순이"라고 부른다. '흐뭇하다'와 '똑순이'를 합친 말. 추상미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퇴마록'에서 추상미는 여주인공 승희역.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역할이다. 퇴마사역을 맡은 안성기 신현준과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는 배역.
승희는 카센터에서 일하는 발랄한 성격의 아가씨. 하지만 그녀에겐 자신도 모르는 과거가 있다. 사교집단에 있다가 집단 자살극으로 생을 마감한 한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였던 것. 악령은 승희의 몸을 통해 환생해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캐릭터이다.
"연기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유치해진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배역이지만 쉽게 풀어나가기로 했죠. 일단 캐스팅된 자체가 내 이미지와 승희의 모습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연기는 오히려 평범하게 하려고 했어요."
추상미가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연기는 컴퓨터그래픽에 의해 처리될 부분들. 최근 촬영도중 칼이 추상미의 몸을 휘감아 돌다가 뒤로 날아가는 상황을 연기해야 했는데 추상미는 실제 촬영에선 안보이는 칼을 시선으로 따라잡으면서 눈빛에 감정을 불어넣는데 애를 먹었다고.
"현란한 컴퓨터그래픽 기법이 나오는 '플러버'를 보면서 로빈 윌리엄스는 정말 천재라고 생각했어요. CG가 많이 사용되는 작품은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주위에서 말하지만 저는 배우의 연기가 상투적이면 아무리 기법이 좋아도 효과가 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퇴마록'은 3백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 동명의 슈퍼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초로 영화화되고 있는데 특이한 사실은 여주인공 추상미는 아직도 '일부러'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원작과 시나리오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배우로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추상미는 많은 연극무대에 섰는데 "원작을 읽었을 때엔 오히려 연기에 실패하는 경험이 많았다"는 고백.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각 인물에 대한 느낌들을 갖고 극장을 찾아오리라 생각돼요. 소설에서 보았던 승희와 영화속의 승희가 달라야 관객들로서도 또다른 재미를 갖지 않을까요?"
[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