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가짜부장검사(2)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5시 13분
서울에서 한탕한 김성철（51．가명）은 은신처이자 제2의 범행지로 대구를 택했다.
판사라는 직함을 앞세워 8억여원을 갈취한 김성철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또다른 사기를 계획했다. 이번에는 판사 대신 부장검사를 사칭하기로 했다.
김성철은 어느날 생활정보지를 통해 한 여인을 운명적으로 만난다. 박승숙（37．가명）이라는 이 여인은 벼룩시장에 골프채를 판다는 광고를 냈는데 호색한이었던 김성철은 잘 하면 헌팅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어 맞대면하게 된 것.
박승숙은 원래 부잣집 가정부였다. 나이 많은 주인 남자와 눈이 맞아 결혼을 했으나 사치를 일삼는 바람에 남편이 돈줄을 막자 여유돈을 마련하기 위해 골프채를 내놨다가 김성철을 만나게 된 것이다.
두사람은 이내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지난해 7월. 큰 돈을 벌기 위해 부장검사 부부 행세를 하기로 의기투합한 두사람은 검사 사저로 속이기 위해 검찰청 뒤편에 근사한 2층 양옥집을 얻었다. 외부손님을 초대할 경우에 대비, 법관 복장을 하고 찍은 사진을 거실에 걸어두는가 하면 각종 법률 서적을 진열하기도 했다.
준비를 마친 두사람은 즉시 먹이감 찾기에 나섰다.
박승숙은 5촌 종이모（從姨母）인 박영희（38．가명）를 이용키로 했다. 박영희는 부장검사와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조카의 말만 믿고 이웃사람들을 소개시켜줬다. 이 가운데는 갈비집을 하는 동갑내기 고향친구 이정수（가명）도 포함돼 있었다.
박영희와 함께 갈비집을 찾아간 김성철과 박승숙은 온갖 법률용어를 섞어가며 자신들이 부장검사 부부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두사람은 이후 한달에 한번꼴로 갈비집을 찾아가 매상을 올려주며 신뢰와 정을 쌓아나갔다.
몇개월뒤 때가 됐다고 판단한 김성철은 박승숙을 통해 박영희에게 "경매담당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으면 경매물건을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는 미끼를 던졌다. 조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은 박영희는 흔쾌히 1억원 정도 선에서 좋은 경매 물건 하나 낙찰받게 해달라며 전권을 위임했다.
자신만 조카 덕을 보기 미안했던 박영희는 이정수에게도 이 말을 전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이정수 역시 2억원선에서 좋은 매물 하나 봐달라며 청탁을 넣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