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장훈몸값= 여자농구단 1년운영비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지난달 24일 현대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어 잔칫집이었던 반면 삼성은 이틀뒤 수원에서 벌어진 SK전서 고의패배 의혹으로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지요.
또 대우 최종규 감독은 모일간지에 프로농구 감독들의 잦은 심판판정 항의에 대한 `참회록'을 게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삼성의 고의패배 의혹은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터져 충격을 더했습니다.
마지막 홈경기인 만큼 팬들에게 유종의 미를 보여줘야 하는데도 4쿼터에서 주전들을 모두 벤치에 불러들여 프로농구 한쿼터 최다실점인 51점을 내준 것이지요.
삼성은 지난달 22일 대우전부터 그동안 홈경기 승리에 대비해 백보드 뒤쪽에 설치했던 폭죽을 치워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고의패배 의혹을 샀던 26일에도 폭죽은 설치되지 않았더군요.
반면 삼성의 고의패배 의혹과 관련한 KBL（한국농구연맹） 재정위원회의 결정도 너무 가벼웠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재정위원회는 김현준 감독대행에게 2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100만원을, 삼성선수단에겐 `견책'이란 징계를 내렸는데 중징계가 나왔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지요.
◇…삼성의 고의패배 의혹은 지난 27일 발표된 서장훈의 SK 입단계약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SK가 서장훈과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2억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는 발표를 하는 바람에 삼성에 쏟아지던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삼성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용병센터 존 스트릭랜드가 지난달 28일 새벽에 서울 이태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을 터뜨린 겁니다.
삼성구단은 이래저래 악재가 겹친 한주였습니다.
◇…SK의 서장훈 영입을 놓고도 말이 많습니다.
SK는 서장훈과 연봉 2억원에 5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IMF시대를 맞아 잔뜩 움츠린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저 입이 떡 벌어질 엄청난 거금이었지요.
지난달 11일 SK증권 여자농구단의 해체를 전격 발표해 여자프로농구 출범에 재를 뿌렸던 SK는 남자선수 1명에게 여자농구단 1년 운영비를 쏟아부어 농구계의 원성이 높습니다.
지난달 25일 SK증권 여자농구단 선수들과의 면담에서 퇴직금과 격려금을 한푼이라도 깎으려고 이런저런 구실을 붙였던 SK가 서장훈과 거액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농구인들은 "SK상품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며 울화통을 터뜨리더군요.
◇…한편 SK가 서장훈과 입단 계약금 대신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광고출연 계약을 주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와 구단의 광고출연 계약은 KBL의 규정에 위배되진 않지만 이같은 이면계약이 차후 전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는 9일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농구에 진출하게 될 현주엽도 서장훈의 예를 들어 구단에 거액의 광고계약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SK가 선수계약과 관련해 물을 흐려놓았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프로농구 출범의 취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선수들의 입단 계약금 부담을 줄여보자는데 있었음에도 광고출연과 관련된 이면계약이 성행할 경우, 그동안 선수들로부터 반발을 샀던 연수합계법도 명분을 잃게 될 게 확실합니다.
◇…대우 최종규 감독（52）의 참회록도 프로농구계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최감독은 지난 26일자 모일간지에 프로농구 감독들이 심판의 판정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 농구팬들을 쫓고 있다면서 감독들의 각성이 요구된다는 참회록을 게재했지요.
프로농구 사령탑 중 최고 연장자로서 최감독의 고뇌가 어려있긴 했지만 팬들이 농구코트를 떠나게 된 책임을 감독들에게 모두 돌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실정입니다.
한편 이틀 뒤에 게재된 심판들의 반성문은 최감독의 순수한 의도마저 더럽혔다는 지적입니다.
그동안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오심이 각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해왔으면서도 오심은 어쩔 수 없다며 면죄부를 실어 최감독의 참회록마저 한편의 코미디 대본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화제를 잔칫집 현대로 옮겨볼까요. 지난달 24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현대도 얘깃거리가 많았을텐데요.
◇…네, 원년시즌 7위에서 올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현대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모두 감격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만 강명구 단장과 박효원 부단장은 감회가 남다른 것 같더군요.
강단장은 난생 처음, 박부단장은 두번째로 헹가래를 받았던 거지요.
한사코 헹가래를 거부하다 선수들에게 붙잡혀 공중비행을 경험한 강단장은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보다 훨씬 황홀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 현대해상 테니스팀을 맡았을 때 한차례 헹가래를 경험했던 박부단장도 "비록 두번째이긴 했지만 처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짜릿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리＝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