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눈물겨운 IMF가정

기사입력 1998년 02월 26일 16시 35분


아, 눈물겹고 또 눈물겹도다！

구조조정(構造調整)말이다.

어제의 동지(직장동료)가 오늘은 적(라이벌)이 되어 내일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퇴사) 한다.

어디 직장뿐인가?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깊숙이 거세고 매서운 `정리' 바람이 불고 있다.

가정의 가족구도에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아버지는 직장을 잃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고, 어머니는 대신 일자리를 알아 본다며 역시 밖으로 나돌고 있으며, 철 든 큰 아이는 휴학을 하고 군에 갔으며 작은 아들도 뭔가 기여를 해야 한다며 이중교제때의 자금난을 고려해 삼각관계를 정리해 여자친구 중 한명과 뼈아픈 결별을 했다.

그런가하면 아직 나이가 어린 자녀들이 있는 집에서는 이런 정도로 가정 생활비절감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아빠의 선언 "우리집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족애를 높이는 것으로 하겠다！"

큰 꼬마 "무슨 뜻이온지…?"

아빠 "너희들 방의 보일러를 잠그겠다. 큰애 작은애 모두 안방에서 함께 오순도순 자도록 하자."

아직은 철이 없는 작은 꼬마 "야, 신난다！ 엄마 옆에서 잘 수 있게 됐다！"

점잖게 아우를 쥐어 박고 난 큰 꼬마 "아직은 젊으신 어머니+아버지께옵서 불편하실거 아닙니까?"

엄마 "무슨 소리냐? 연료비를 아끼는게 중요하다."

그러나 밤이 되곤 하면, 아버지&어머니 두 사람은 `한사람만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하는 수면자세'(?)를 취하고 있는 수가 많았다.

잠을 깬 작은 꼬마 "형아야, 엄마 아빠가 우리 때문에 편안히 주무시지도 못하는 것 같다."

큰 꼬마 "(나지막 그러나 강한 어조) 야, 모르는 척 잠이나 자！"

다음 날부터 부부는 횟수(?)를 대폭 줄여 국경일이나 대통령취임식, 생일 등 큰 의미가 있는 날만 행사를 갖기로 했다.

어느날 잠자리를 준비하는데 큰 꼬마가 작은 꼬마에게 솜을 건네며.

"아우야, 우린 오늘 밤 솜을 귀에 틀어 막고 자자."

그리고 어머니&아버지에게는 "오늘이 두분 결혼기념 10주년이시죠? 저흰 옷장 안에서 잘게요！ 충분히 넓어요."

－아, 눈물겨운 IMF 모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