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주] '은퇴고민' 푹쉰뒤 진로결정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지금 생각같아서는 영원히 농구볼을 만지고 싶지 않아요."
국가대표 여자농구팀의 간판 포워드 유영주(27)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소속팀이 없는 형편에 선수생활을 계속한다는 사실도 우습고, 초라하게 코트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억울하기도 하고…."
지난 11일 유영주는 청천벽력같은 SK증권의 해체소식을 병상에서 들어야 했다.
97∼98농구대잔치 삼성생명과의 결승서 코뼈를 다치는 바람에 유영주는 인하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중이었다.
불과 열흘여전 농구대잔치 통산 3번째 패권을 차지한 감격이 채 사그러들지도 않은 상태였다.
"처음에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더라구요."
여자프로농구가 지난 23일에 출범하기로 이미 일정이 잡혀있었던데다 SK증권이 WKBL(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의 주도세력이었던 만큼 `해체' `공중분해' 따위의 말은 다른 팀들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것.
울먹이는 후배들의 연락을 받고서야 팀의 해체를 확인한 유영주는 퇴원 후 줄곧 인천 집에만 머물다 25일 SK증권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날 퇴직금과 격려금 몇푼을 회사로부터 약속받았다.
"돈 때문에 농구를 계속 해온 게 아니었어요. 그저 농구가 좋아서 뛰었는데 이젠 그 의미를 잃어버렸어요."
유영주는 오는 5월 98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독일 베를린)에 파견할 국가대표팀 소집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대한농구협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당분간 쉰 뒤 농구를 계속할지 결정할 생각이에요."
농구인들은 결혼을 앞둔 정은순(27．삼성생명)의 대표팀 소집면제가 확정된 상태에서 유영주까지 빠질 경우, 한국여자농구는 순식간에 아시아 중위권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