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이렇게] 환자 후송후 도주는 뺑소니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5시 22분
서울 동대문에 직장이 있는 성모과장은 지난달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승용차로 사고를 내는 바람에 직장도 잃고 철창에 갇히는 시련을 겪고 있다.
당시 성과장은 퇴근후 경기도 성남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광장동 방면으로 핸들을 돌렸다.
밤도 늦은데다 마침 비까지 내려 시야가 좋지 않았다.
조심조심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중앙선 근처에서 검은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성과장은 급정지를 했으나 워낙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이어서 그만 보행자를 치고 말았다.
성과장은 급히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확인해보니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닌가.
떨리는 마음으로 피해자를 태워 천호동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과장은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
종합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피해자는 중상을 입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순간 성과장은 `흑심'이 생겼다.
목격자도 없는 듯 했고 환자를 병원에 옮겼으니 `뺑소니'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성과장은 경찰서로부터 뜻밖의 호출을 받았다.
경찰은 사고 당시 먼발치에서 차종과 차번호를 목격한 사람의 신고를 받아 추적한 끝에 성과장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어도 환자가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적사항, 연락처 등을 밝히지 않고 가버릴 경우 `뺑소니'에 해당된다며 성과장을 구속했다.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성과장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도주한 것을 후회했지만 한번 돌아간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