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무법시대(3)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5시 22분
장쇠는 사파리의 `선사시대'라고 할 수 있는 간이방사장 시절부터 바우에게 맺힌 감정이 있는 파이터였다.
서열 정하기 때 바우에게 KO패 당한 뒤 권력 다툼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했던 장쇠는 그동안 어두컴컴한 아파트 골방에 앉아 이를 갈며 복수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우가 도저히 해볼 상대가 아니라면 그리 억울하지 않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붙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한국에 처음 와서 어리벙벙할 때인 데다 추운 날씨에 적응이 되지 않아 컨디션이 엉망이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아깝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사파리가 개장되고 넓은 곳에서 바우를 다시 보니 바우에 대한 복수심이 활화산처럼 폭발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날씨도 많이 따뜻해진 데다 그동안 현지 적응도 어느 정도 돼 예전 미국 동물원에서 한가닥 할 때의 솜씨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4월의 봄기운이 장쇠의 투지를 부추겼다.
그러나 봄이 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높이'에서 불리한 싸움이었다.
장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우를 쏘아봤다.
이 무렵 바우는 바우대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었다.
사파리 초대 왕으로 취임식을 하는 마당에 온갖 놈들이 날뛰며 잔치를 망쳐놨으니 시집 가는 난 등창이 난 신부 꼴이 된 게 아닌가.
바위에 올라 착잡한 마음으로 사파리를 내려다보며 화를 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장쇠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바우로서는 분풀이 상대를 만난 셈이었다.
바우와 눈이 마주친 장쇠는 한편으로 난감했다.
치미는 복수심에 바우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막상 공격을 하려고 보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손을 뻗어봤자 바우의 발톱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기습도 아니고 눈이 마주친 상황인 만큼 안전하게 같은 높이에 서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장쇠는 높이 문제로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바우가 `친히' 낮은 데로 내려온 것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바우로서는 장쇠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승부는 아주 쉽게 빨리 끝났다.
왕의 분노가 잔뜩 실린 주먹 한방이 장쇠를 날려버린 것이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