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아이스댄싱 외설 논쟁
기사입력 1998년 02월 22일 15시 50분
"낯 뜨거워서 볼 수가 없다. 저건 스포츠가 아니라 외설이다."
"그들이야말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승화시킨 일종의 예술가나 다름없다."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제18회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논쟁거리는 지난 16일 벌어진 아이스댄싱 프리 종목에서 시작됐다.
94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이어 이날 2연패를 달성한 러시아의 파샤 그리슈크(여．27)－예브게니 플라토프(31)조(組).
문제는 이들의 연기가 스포츠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야했다'는 점이다.
플라토프가 그리슈크의 엉덩이를 뒤에서 감싸안고 귀엣말로 속삭이며 애무하는 듯한 진한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노골적인 성애 장면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리슈크가 플라토프의 허벅지에 매달리듯 달라붙어 미끄러져 나가는 장면은 어린애들이 볼새라 얼른 TV 리모컨을 찾게 만들었다.
더 큰 트집거리는 이들이 둘 다 미혼이긴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연인도 부부도 아니라 단지 `얼음판 위에서만 친한' 사이라는 것.
경기가 끝난 직후 캐나다 아이스댄싱팀의 나탈리아 두보바 코치가 "이들의 연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리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지는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도 그래서 일리가 있다.
이들의 연기가 스포츠와 외설 어느쪽에 가까운지는 팬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가장 확실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그리슈크와 플라토프 커플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새긴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