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45)남편외도
기사입력 1998년 02월 22일 15시 50분
`책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레몽 장의 작품 가운데 `치마'라는 단편이 있다. 레몽 장이 우리말을 좀 알았더라면 아마 `치마'라는 제목대신 `홧김에 서방질'이라고 붙였을 작품이다.
이 소설은 국내출간된 작가의 단편집 `오페라 택시'(도서출판 세계사) 끄트머리에 붙어있는데 `정말 개자식이었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부부는 매춘거리를 걷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남편은 아내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한 매춘부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머리가 텅 비어버린 아내는 그저 거리를 걷는다. 그녀 앞에 한 사내가 멈춰선다. 사내는 그녀를 호텔방으로 이끈다. 반항? 그런거 안한다.
사내는 "네가 불행해보이고 버림받은 모습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매춘부로 오해한 것이다.
남녀는 정사를 나눈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지독한 쾌감을 느낀다. 이 부분 인용_.
`그의 두 손이 전신을 누비며 그녀의 온몸을 부풀리고 전율시키고 열어놓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그녀의….'
그녀는 세번의 오르가슴을 느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여자는 다시 한번 열락에 빠져든다.
이 부분 또 인용_.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느껴지지 않는, 그러나 뜨거운 손들이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깨어나게 하고 있었다. 그 다음일은 거의 완전히 기억에 없었다. 그녀는 캄캄한 현기증에 휩쓸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간도 못했고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러나 찬란한 빛이 되풀이되며 점점더 황홀하게 찾아들었다….'
얼마 뒤 여인은 거리로 나온다. 그녀는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남편을 발견한다. 남편은 미안해, 어쩌구 하면서 변명한다.
아내는 속으로 `천만에!' 한다. 남편은 다정한 척 아내의 치마를 만지작거린다. 바로 얼마전 호텔방에서 벗었다 다시 입은 그 치마를.
아내의 복수극을 읽은 여성독자들은 통쾌감을 느낀다. 아내는 홧김에 서방질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남편의 외도를 비관한 여인이 두 자녀를 목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광주에 사는 모모씨(31)가 배우자의 외도에 격분, 신경안정제를 믹서로 갈아마신 뒤 아들(6)과 딸(4)을 차례로 목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다.
모씨는 "남편이 외박을 자주 하고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 가정에 충실하지 않아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홧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