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요즘 밤에 부실한것은 당연'
기사입력 1998년 02월 19일 15시 31분
여보！
요즘 얼마나 고생이 많소?
내가 집에 가져다 주는 돈은 연탄불 위에 굽는 오징어처럼 자꾸 오그라들고 있지만 물가는 바람 부는 날 뒷산에서 띄우는 연처럼 높게 치솟기만 하니 당신인들 어찌 힘들고 짜증이 나지 않겠소！
허나 다른 이유로 당신이 일주일째나 토라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소.
남자가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밤에라도 용(?)을 써야 하는데 그 것에 성의가 없었다는 것도 깨닫고 있단 말이오.
해서 초저녁부터 벽 보고 누워 코나 드르렁 거리는 걸 이해해 주면 고맙겠소.
사실 요즘의 난 너무 피곤하오.
이 IMF 태풍에도 요행 날아가지 않고 지금의 직장에 버티고 있는 내가 실로 용치 않소?
난 지금 우리 회사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오.
언젠가 과부하가 걸려 있다고 하니 당신은 `대한민국서 당신 혼자만 일하나요?'라 했지만 진짜 나는 혼자 일을 하고 있단 말이오.
우리나라 인구는 4천500만명이라지만 그 중 절반이 넘는 2천500만명은 이미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이거나 퇴직자들이오.
나머지 2천만명, 이 사람들 전부가 일하는 것도 아니라오.
그 중 학생이나 어린 아이들이 1천600만명이니 400만명이 겨우 남을 뿐이지요.
어디 400만명이 모두 나처럼 일을 하나 뭐.
그 중 100만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가 있지 않소！
또 100만명은 공무원이니 남은 사람은 겨우 200만명이오.
그러나 의사당에 계시는 분들과 지자체 정치인들, 일 않고 얻어 먹는 거지와 남의 것 빼앗아 먹는 깡패들이 무려 180만명이 된다오.
20만명이 모두 일을 하냐！ 그것도 아니오, 그 들 중 무려 17만명이 몸이 아파 병원에 누워있다 합디다.
3만명 중 2만9천998명이 안타깝게도 수감 중이니 당신과 나, 둘만이 남질 않소?
그러나 당신은 집에서 애들 키우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치우고 반상회 나가느라 좀 바쁘오！
그러니 이 땅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지 않소?！
이렇게 힘든 내가 밤에 부실한 것은 당연지사니 양해 있기 바라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