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백대현 3단●김동면 6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16일 15시 15분
제8보(79∼100)＝일국, 일국의 대국 자체가 삶의 생계수단인 프로들은 반상 위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말해 프로의 바둑은 낭만, 자유로움 등과 거리가 멀며 삶 자체이기 때문에 오로지 `이기기 위한' 바둑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프로들이 일반 아마추어들의 바둑을 감상하면서 한없는 `로맨틱'함을 느끼는 것도,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삶의 수단이 바둑이라 해도 프로는 반상 위에서 만큼은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의 모든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마치 손오공이 권두운을 타고 서역만리를 내집 드나들 듯 날아다니듯, 반상 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그것이 틀에 박히지 않는 길이며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자칫 프로의 맹점 중의 하나가 바로 `고정관념'인데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때론 거기서 탈피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변신'의 마음가짐이 항상 내재되어 있어야만 발전이 있고 승리도 찾아와 주는 것이다.
지금 우하귀의 상황이 바로 그것인데 백 3단은 현재 고정관념에 젖어있고, 김 6단은 거기서 탈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의 고정관념이란 흑 79의 변신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 `가'로 호구칠 것으로만 예상, 백 `나'로 공격해 나가겠다는 발상인데 흑이 79로 비키자 고정관념이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는 장면이다.
백 80으로 막지 않을 수 없을때 흑 81로 벌리자 백은 귀에서 엉금엉금 기는데 반해 흑은 변에서 훨훨 날고 있는 형상이 아닐 수 없다. 누가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느냐가 그런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우변에서 `한방' 얻어 맞은 백은 다시 82로 상변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여기서 흑 83은 손바람이 지나친 수. 우변에서 화려한 변신으로 신이 난 흑의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내음이 풍기는데, 프로란 냉정할 땐, 누구보다 냉정해야 한다.
`다'의 곳에 지켜두고 백도 `라'로 벌릴 때 흑 `마'로 끊어 잡았으면 알기 쉬운 국면이었다. `마'의 곳은 단순한 끝내기가 아니라 좌상귀 흑백간의 삶을 결정하는 열쇠와도 같은 것.
[해설 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