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14)
기사입력 1998년 02월 15일 15시 16분
이제 남은 것은 바우와 킹의 결승전이었다.
그러나 결승전은 곧 열리지도 않았고, 스케줄조차 잡히지 않았다.
바우의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초대 왕을 가리는 결정전인 만큼 최대한 공정성을 보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승전을 앞둔 바우와 킹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그들의 심리상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간이방사장에 개인운동을 하러 나갈 때였다.
그동안 두번씩 예선전을 치르는 동안 바우와 킹 모두 전혀 예상치 못한 싸움을 했었다.
정기적으로 있는 운동시간인 줄 알고 나가면 누군가가 있어 본능적으로 싸웠을 뿐이다.
그런 일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겪었으니 이제 한걸음을 뗄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바우에게서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준결승전에서 받은 기습 때문이었다.
바우의 상처는 예상외로 깊었다.
특히 눈 위에 찢어진 상처는 쉽게 낫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눈동자를 다쳐 실명(失明)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더구나 그때는 초창기여서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에 대한 노하우도 없을 때였다.
지금 같으면 크레이트박스가 있어 동물을 꼼짝하지 못하도록 가둬놓고 치료를 할 수 있겠지만 그때만 해도 저절로 나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큰 부상 같으면 마취총을 쏜 뒤 수술이라도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바우의 완치를 기다리는 동안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다.
왕중왕 대결만 연기됐을 뿐 개장을 앞둔 모든 준비는 착착 진행됐다.
특히 발정기를 맞은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는 활발하게 계속됐다.
하루빨리 새 생명을 잉태시켜 `메이드 인 용인' 사자를 얻는 게 가장 급했기 때문이다.
암컷과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수사자는 바우와 킹 뿐이었다.
아직까지 누가 왕이 될 지 모르는 만큼 `두 후보'에게 모두 암컷을 내준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