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로에 가면 '춤바람'이 분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12일 15시 23분
대학로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기타와 노래, 만담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왔던 `젊은이의 거리' 대학로에 최근들어 거센 `춤바람'이 일고 있다.
보통 대여섯명이 한조가 되어 춤을 추는데 솜씨가 가히 프로급이다.
특히 율동 못지않게 의상이 화려해 사람들의 시선을 여지없이 붙들어맨다.
흡사 `광란의 도가니'로 표현되는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 거리다.
이들의 `득세'에 기타나 노래는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는 `대학로 스타' 김철민씨 같은 개그맨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물놀이와 팬터마임 등이 주류를 이뤘던 대학로가 통기타와 개그 등 흥과 웃음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바뀐 뒤 다시 한번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학로를 주무대로 춤솜씨를 뽐내고 있는 김모군（17）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춤이 그만"이라면서 "잘 풀려 인기가수의 백댄서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종전의 아마추어 가수나 개그맨들의 경우 순전히 신바람을 위해 사람들 앞에 섰지만 이들 `춤꾼'들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그저 `춤이 좋은' 맥을 달리하는 그룹도 없잖으나 상당수가 유명 가수들의 백댄서를 겨냥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몸부림은 목표달성을 위한 피나는 연습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춤꾼'들의 율동은 언제나 볼 수 있다.
종전에는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각종 거리공연들이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로 집중됐지만 이들의 춤은 화요일 아침에도, 목요일 저녁에도 계속된다.
물론 HOT나 젝스키스, S．E．S 등 댄스그룹들이 무대를 주름잡는 요즘의 세태와 맞아 떨어지는 자연스런 변화인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인기가수들의 백댄서는 대학로 출신이 주류를 이룰 가능성도 없잖다.
어쨌든 대학로는 `화끈하게' 변모, 제3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