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도서관 천태만상
기사입력 1998년 02월 12일 15시 23분
그 힘 실로 놀랍고도 놀랍구나！！
IMF바람은 각 영업소의 고객 수를 단번에 강제조정해 버렸다.
이를테면 백화점 고객들이 대형 할인매장으로 몰리고 있고, 호텔 사우나에서 동네 목욕탕으로 바뀌었단다.
그런가하면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싼 값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기원이나 `2본 동시상영 영화관'(정확히는 `2편 연속상영 영화관'이다)은 아침부터 갈 곳 없는 이 땅의 피플들이 우글대고 있는 것이다.
아, 또 한군데！
서점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도서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무릇 책이란 돈을 내고 사야만 그안의 내용이 마음의 양식으로 쌓이는 것이건만 그냥 빌려서 보려니 어디 읽혀지나！
그래서 사람들은 도서실에 가서 이런 표정만 짓고 있다.
1. 도대체 무엇을 골똘히 연구하는 것일까. 과연 회사의 `정리해고자'나 학교의 `IMF휴학생', 함께 일컬어 백수 대표도 새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한숨만 푸욱∼ 쉰다→로뎅형
2. 이 사람에게 책 읽기는 관심 밖이다. 누가 도서실에 들어오고 나가는지 고개를 칸막이 위로 빼꼼히 빼들고 두리번 거리기만 한다. `으음… 오늘 김희선 머리를 하고 온 여자애가 오전+오후 도합 7명이구나！'→코브라형
3. 왼손을 베개 삼고 오른손은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쭉 뻗으며 슈퍼맨이 날아 가는 형상으로 수면에만 열중이다→슈퍼맨형
4. 일정한 시간 간격, 그 것도 아주 짧은 1분 간격으로 일어나 전화, 담배, 화장실, 코풀기, 컵커피… 를 하고 들어온다→시계추형
5. 사실 언제 도서관같은 곳을 와 봤어야지. 막상 오긴 했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다리를 떨거나 고개를 마구 흔들거나 자신도 못 알아 보는 글을 낙서하다가 마침내 실신(잠)한다→안절부절형
6. 자리 위에 책, 보온물통, 안경, 필기구, 동전, 전화카드, 워크맨…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 주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귀신형
7. 히히 허헝∼ 꼬올깍！……→`두더지형'인데 이건 너무 재밌으니 아꼈다가 내일 자세히 이야기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