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33)성병
기사입력 1998년 02월 08일 15시 27분
인류역사는 성병과의 투쟁사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성병은 임질. 5천년 전 고대 중국인들도 임질 때문에 고생했다. 고대 인도와 아랍, 그리스와 로마인들도 임질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7?）, 인체해부학의 삼촌 갈레노스（130∼200）도 임질에 대해 언급했을 정도.
임질 치료법이 발견된 것은 세월이 흐르고 흐른 뒤인 1879년. 유럽의 임질 환자들은 이 때까지 수은요법으로 치료했다.
카사노바도 창녀와 뒹굴다가 임질에 걸리면 수은요법으로 치료했다. 그러나 수은요법은 매우 위험했다. 화가 고야는 수은요법으로 치료하다 죽을 뻔한 적도 있다.
루소는 임질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했다. 임질 공포증으로 창녀집에도 마음놓고 가지 못했다.
임질과 수천년동안 경쟁해온 성병은 매독. 전쟁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매독에 걸리지 않도록 노심초사했다. 여차하면 병사들이 칼보다 먼저 매독균에 의해 쓰러졌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자.
1495년 4월12일. 나폴리왕국을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군은 총퇴각 명령을 받았다. 신성로마제국과 스페인이 신성동맹을 체결, 프랑스의 침략을 배제하려 한 때문이다.
그러나 또다른 이유가 있다. 프랑스 병사들이 매독에 걸려 전력이 상실된 것이다. 매독에 걸려 바지 안에서 오줌을 지리는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는 병사들에게 무기를 줘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용사들이 매독에 점령당한 것이다.
이즈음부터 매독을 프랑스인들은 나폴리병, 이탈리아인들은 프랑스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프랑스인은 "나폴리의 창녀들로부터 매독이 감염됐다"고, 이탈리아인은 "프랑스 군인들이 매독을 갖고 왔다"고 우겼다.
매독의 정체가 벗겨진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인 1812년이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매독환자가 거의 전염병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지난해 약 39만2천명의 러시아인들이 매독에 감염되었으며 14세미만 어린이 환자수도 31％나 증가했다고 한다. 어린이 환자 대부분은 어머니로부터 감염되었다니 비극이다.
또 미국에서는 매년 약 1천200만명이 성병에 걸린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그래서 최근 획기적인 성병 치료법을 망라한 성병치료 지침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성병과의 투쟁은 이렇게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족（蛇足）. 문제＝슈베르트 니체 하이네 보들레르의 공통점은? 정답＝매독으로 사망한 사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