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인공들 대부분 'IMF비극'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IMF 한파가 스타들을 결손 가정 출신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기획 제작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양부모를 모두 가진 경우는 드물다. KBS 2TV `야망의 전설'의 채시라, MBC TV `사랑'의 김미숙은 편모 슬하에서 자랐으며, KBS 2TV `맨발의 청춘'의 배용준, SBS TV `바람의 노래'의 신은경, SBS TV `내 마음을 뺏어봐'의 김남주에겐 아버지밖에 없다.
`내 마음을 뺏어봐'에서 한재석의 어머니는 시놉시스에선 유명 배우로 설정됐으나 최종 대본에서 사라졌다.
이런 `비극'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의 결과. 현재 미니시리즈 편당 제작비는 4천만원을 약간 웃돈다. 과거에 비해 약 10% 줄어 든 것으로 물가 상승까지 고려한다면 제작진의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다.
이러다 보니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각종 묘안이 속출, 그중 손대기 비교적 쉬운 출연료가 된서리를 맞게 됐다. 주인공의 부모라도 대본 수정 단계에서 `정리해고' 당하는게 부지기수, 이야기만 얼개만 엮어주고 극 초반에 아낌없이 `명예퇴직'을 권고당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스타들의 비극은 `부모를 잃는 슬픔'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젠 과거 주인공들을 화려하게 빛내주던 소품들은 사라지고 폼나는 직업도 찾아 볼 수 없다.
트렌디 드라마인 KBS 2TV `웨딩드레스'엔 이전같으면 즐비하게 등장했을 외제차가 자취를 감췄다. 주인공 신현준이 모는 차는 H회사의 경승용차.
KBS 1TV `살다 보면'의 변소정(최말자 역)은 IMF 한파로 다니던 의류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백조'로 드라마를 시작한다.
장동건도 `사랑'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다 만다. 기획단계에선 장동건이 국제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을 1∼2부에 걸쳐 화려하게 그리기로 했으나 해외 촬영 자체가 취소되고 만 것.
이에 대해 방송가에선 일단 "TV에서도 거품이 빠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그러나 "과다한 제작비 절감으로 인해 소재의 단층화, PD의 창작의욕 저해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은 무조건 기획단계에서 취소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