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스님의 복수혈전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귀의해 성불이 되기 위해 불법을 익히거나 포교하는 사람을 `중'이라고 한다.
`스님'이나 `승려'라고 해야만 높임말이 되는 걸로 알기 쉬운데 `불자'를 중이라 불러도 아무 결례가 아니라고 한다.
최고참 개그맨 전유성은 목탁을 잘 치고 염주를 잘 굴리며 목어 두들기는 솜씨도 일품인 한 불자에게 물었다.
"그런 기술을 시내 중장비학원에서 배우셨습니까?"
그 중, 전유성의 싱겁기 짝이 없는 개그를 그저 껄껄껄∼ 웃으며 받아들였고, 둘은 이내 친구가 됐으며 나중에는 그 분이 있는 절로 신혼여행까지 갔다지.
말이나 표현을 자칫 잘못하면 특정종교를 모독하는 것이 돼 큰 화를 입는 수도 있다.
지나간 일이니까 얘기지만 지난해 대선 때 H당의 홍보물에 `파계승'의 그림이 있어 불교계의 심기를 크게 노하게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각하'였던 지엄한 분을 그저 `대통령님'으로 불러도 되는 세상이라니 실명(實名)을 다소 거론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
회창거사, 무림의 최고수를 뽑는 한판 혈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거사의 마음 속에는 대중존자와 인제검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자신의 크고 작은 무림혈투에서 최초의 패배를 안겨준 사람들 아닌가.
그는 허전한 마음도 달랠 겸 지난 무림사투 당시 불심에 누를 끼친 점도 있어 사과를 할 양으로 99담사(백담사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사찰)에 갔다.
친분이 있는 선임승려에게 예를 갖춘 회창거사.
"대사！ 장기를 두는데 심심하니 지는 사람이 이마를 손가락 퉁기기로 맞는 거, 어떻겠습니까?"
"하하하！ 무릇 경쟁이란 걸린 것이 있어야 신바람이 나는 법, 좋소이다."
그런데 첫판에서 회창거사는 양수겸장에 걸려 패하고 말았다.
`아, 어쩌면 인제검사와 대중존자에게 포위당했던 그 형국과 이리도 똑같단 말인가！'
이마를 대주자 날아와 꽂히는 선임승려의 손가락북, 맵고 매웠다.
회창거사, 절치부심 마음을 가다듬고 심혈을 다 짜내 묘수를 개발해 공격하니 이번에는 거사의 신승이었다.
회창거사 손가락에 매운 입김을 호∼ 불며, "인제…, 대…중！"
(※ 다시 말하지만 `중'은 `승려'를 낮추는 말이 결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