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된 남자보이첵] 움직임-소리로 상상력 자극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젊은 연극인들로 구성된 극단 표현과상상은 창단기념작으로 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개가 된 남자 보이첵'을 공연한다.
이 극단이 새로운 무대언어로 내세우는 것은 화술이 아닌 배우의 움직임과 소리. 시청각적인 무대언어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새로운 극형식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극단의 목표.
이들은 잘 짜여진 희곡을 해석하는데 치중하기보다, 기존의 텍스트를 완전히 해체, 창조적 연상에 의해 재구성하는 게 특징.
가장 먼저 실험정신을 표현할 대상으로 게오르그 뷔히너의 대표작인 `병사 보이첵'을 선정, 무대공간을 서커스장으로 바꾸어 `개가 된 남자 보이첵'으로 재구성했다.
주인공 보이첵은 서커스장에서 동물 묘기를 보여주는 단원. 그와 함께 서커스를 하는 동물들과 조련사는 단순한 생각만 최선이라고 믿고 있으며, 서커스장에 실험실을 차린 동물박사는 보이첵을 대상으로 삼아 인간과 동물의 장점을 결합한 초능력적인 신인간을 창조한다.
또 입장권을 파는 그의 부인 마리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파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주변인물에 싸여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보이첵은 알 수 없는 소리의 명령에 따라 자신과 마리를 동물로 만든 모든 것들에 대해 처단을 결행한다.
그러나 보이첵이 없는 서커스장에서는 계속해서 공연이 이어지고 그곳에는 어느새 마리가 조련사가 돼 있다는 게 극의 흐름.
연출가인 손정우씨는 "탈출구가 없는 답답한 현대인들의 삶을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서커스장이라는 축소된 공간에서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보이첵에 탤런트 김무생씨의 차남 김주혁, 동물박사와 사회자에 원유석, 마리와 조련사에 손지나가 각각 등장하며, 박영수 유학승 황현인이 가세한다.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오후 4시, 7시 30분. (02)904－7769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