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송대관 '한번만 봐주쇼'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4시 41분
인기 가수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초청이 쇄도하는 통에 장소 이동이 빈번. 하루에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기 일쑤.
송대관 역시 마찬가지. 부산 공연을 끝내고 김포공항에 도착. 공항을 빠져 나오기가 무섭게 매니저가 건네 준 광주행 비행기 표를 받아쥔다.
"KBS TV `전국노래자랑 무안군편' 목포 공항이 안개 때문에 이착륙 금지. 광주 공항으로 가서 자동차 편으로 무안까지 가야…. PD한테는 녹화시각 1시간 전에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걱정 말구요."
송대관은 광주행 비행기라도 탈 수 있음에 우선 다행스러운 한숨을 쉬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비행기에 올라 타야하는 자신의 현실에 또 다른 한숨을 매달았다.
`이런 것이 인생이려니.' 비행기에 오른 송대관이 기지개를 켜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자마자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로 들어 선다.
그때 `힐끗힐끗' 송대관을 쳐다 보던 옆자리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온다.
"어머 송대관씨네. 같이 앉게돼서 영광이에요. 부산 공연이 있으신가 보죠?"
"뭐셔！ 부산? 난 시방 부산에서 방금 왔는디. 워매 나 광주가는디."
"이건 부산가는 비행기예요. 광주 가는 비행기는 뒤쪽 비행기예요. 출발시각이 같아서 착각을 하셨군요."
세상 살다가 이렇게 급한 일은 처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송대관 스튜어디스를 잡고 하소연이다.
"나 시방 광주가야 되는디."
그러나 사무적인 스튜어디스. `이륙 할때는 위험하니 자리에 앉아서 안전 벨트를 매라'는 명령（?）만 날릴 뿐이다.
이쯤되면 보통 다급한 일이 아닐 터. 이번에는 사무장을 붙들고 하소연.
"나가 비행기 전공이라문 벌써 알아 버렸재? 난 노래가 전공 아닌가배? 광주가는 비행기랑 부산가는 비행기랑 똑같은디 비행기 전공이 아닌 나가 워째 알겄소！ 아따 퍼뜩 내립시더."
`지성이면 감천이라' 송대관의 하소연은 효력을 발생. 사무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장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부산행 비행기에서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송대관을 내려 놓은 부산행 비행기는 이내 이륙. 그러나 송대관은 이마에 흐른 진땀을 닦아 내릴 여유도 없이 이번에는 뒤에 오는 비행기로 냅다 달린다.
"나가 광주 가는 송대관인디 광주행 비행기 스토프！ 스토프！"
정산（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