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썰렁한 세상 붐비는 기도원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4시 41분
`기도원은 초만원.'
IMF시대를 맞아 기도원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정리해고, 물가상승 등으로 심리가 불안해진 사람들이 신앙에 의지, 심적인 안정을 구하기 위해 기도원을 향하는 인파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여의도 순복음교회 산하 오산리 기도원（경기도 파주시 조리면）의 경우 지난 11월만해도 월평균 7만∼8만여명에 그쳤던 신도 수가 IMF한파 이후 13만명으로 60％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1일 신정예배 때는 하루 입장객으로는 사상 최대 인파인 6만여명이 몰려 예배당의 자리가 모자라 신도들이 기도원 입구까지 늘어섰다.
이 기도원 황종연 총무주임은 "IMF체제 이후 신도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요즘에는 하루 평균 2천∼3천여명이 숙식하면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수백명이 예배당에서 생활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시 할렐루야 기도원에도 이미 3천명이 넘는 신도가 상주하고 있지만 기도원을 찾는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신도수 증가율만 따지면 주택가의 일반 기도원이 훨씬 더하다.
서울시 중곡동의 임마누엘 기도원은 평소 5∼6명에 불과했던 자정기도회 참가인원이 최근에는 50여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도원 손영순 원장（49）은 "나라사정이 어려울때면 으레 신도 수가 늘곤했지만 요즘만큼 신도 수가 늘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기도 제목은 남편의 구직과 자녀의 취업 등 요즘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많다"고 전했다.
교회와 성당의 신도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경우 여의도 본당과 전국 14개 지성전 일요예배 입장객이 지난해 20만명 안팎이던 것이 25만명으로 늘었고 서울 명동성당도 지난해보다 10％ 가량 신도수가 늘었다.
명동성당의 김자문 신부는 "종교와 종파를 떠나 종교계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경제위기 이후 개인적 소망을 이루게 해달라는 기복신앙 차원에서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들의 기도열기는 분명 지친 마음과 IMF한파를 녹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