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하늘나라 계신 아빠! '올 설은 춥지 않아요'
기사입력 1998년 01월 27일 01시 07분
10원짜리 동전 10만개의 정성이 소녀가장의 셋방을 찾아갔다.
스포츠조선과 SK텔레콤이 함께 벌이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돕기 10원짜리 동전모으기' 행사의 일환으로 국민은행 북부지역본부 직원들은 26일 100만원이 든 통장을 김다혜양(12．노일초등 5년)에게 전달했다.
통장에 들어있는 100만원은 은행직원들이 지난 연말 10원짜리 동전을 모은 것.
다혜양은 이날 셋방에서 라면을 끓여 동생 다빈군(10．노일초등 3년)과 나눠먹다 뜻밖의 온정에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다혜-다빈 남매는 지난 95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증조할머니 김옹웅씨(80)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10년전 가출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일찍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다혜는 소녀가장 노릇을 해왔다.
허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대신해 다빈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도맡았다.
아버지가 진 빚때문에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간 지난해 7월, 다혜는 할머니를 모시고 길거리로 쫓겨났다.
남의 집 빈방을 전전하다 동사무소의 도움으로 지하 셋방에 입주한 것이 작년 12월.
어둠컴컴한 지하 셋방에서도 오누이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한번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할머니가 몸이 너무 불편하셔서 걱정이라고 어른스런 말도 했다.
이들 오누이에게는 꿈이 있다.
다혜는 선생님, 다빈이는 119구조대원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선생님이나 119구조대원이 남을 돌봐주고 도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혜는 "이 다음에 크면 우리보다 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늘 티격태격하는 동생을 안쓰러운듯 바라보았다.
이날 저녁 다혜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하늘에 계신 아빠, 내일 모레면 설이지만 외롭지는 않아요. 은행아저씨들이 많은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만들어주셨어요. 저도 꼭 남을 도울 수 있도록 할게요."
다빈이도 누나 옆에서 "내가 크면 어릴 때 도와주신 분들이나 불우이웃을 돕겠다. 싸울 때는 밉지만 누나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