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나산연승저지 전희철 광주서 눈덩이세례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5시 27분
◇…정규리그가 막판을 향해 치달으면서 그동안 `철옹성'처럼 보이기만 하던 현대의 선두자리도 이제는 `독점'이 아닌 `경쟁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지난주말 경기서 현대는 단독선두에서 공동선두로 떨어질 뻔 했지만 감독도 벤치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 선수들은 선두를 지켜냈습니다.
지난 24일 벌어진 현대_기아의 대전경기 뒷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대전 충무체육관의 선수라커룸이 프로농구 감독들에게 `기적의 산실'로 여겨지게 됐습니다.
올시즌 프로농구 감독이 심판에 항의해 1게임 출전정지를 당하는 징계가 두번 있었는데 두차례 모두 감독들의 처벌 장소가 공교롭게도 충무체육관의 라커룸이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이 라커룸에 갇혔던 2명의 감독이 똑같이 짜릿한 승리를 맛봤지요.
우선 지난 10일 나산 황유하 감독은 전령을 통해 수시로 작전을 지시하면서 홈팀 현대를 꺾고 6연승 행진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또 지난 24일 현대 신선우 감독 역시 라커룸에서 손가락 사인으로 `원격 지휘'해 정규리그 1위자리를 놓고 맞붙었던 기아를 28점차로 대파했죠.
이 때문에 농구인들 사이에는 "대전으로 원정오는 팀의 감독들은 벤치가 아닌 라커룸에서 작전지시하는 게 낫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라커룸 쇠창살에 얽힌 뒷 얘기입니다.
KBL로부터 지난 23일 신감독의 1게임 출전정지 징계를 통보받은 현대 프런트는 신감독이 기아전에서 선수 라커룸에 있어야 하는 상황을 눈앞에 그렸는데 불현듯 감옥에 갇힌 듯한 나산 황감독이 떠올랐던 겁니다.
`쇠창살을 뜯어내 신감독의 품위를 지키게 하느냐' `쇠창살을 그대로 놔둬 선수들의 긴장감을 높이게 하느냐'는 두가지 고민 끝에 쇠창살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24일 아침 서둘러 작업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이 덕분에 신감독은 `죄인'과 같은 분위기를 털고 홀가분한 마음에서 유리창을 통해 수신호로 작전지시를 했답니다.
◇…징계를 받아 24일 경기서 벤치에 앉지 못했던 현대 신선우 감독은 경기직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놓고 어쩔줄몰라했습니다.
신감독은 이날 벤치에 앉지는 못했지만 난적 기아를 28점차로 대파하고는 너무 기분이 좋아 기자들과 자신있게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출전정지를 받았을 때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여부를 몰라 인터뷰실 문앞에서 망설였던 것이지요.
섣불리 판단해 인터뷰를 했다가 KBL로부터 어떤 제재를 당할지 모르는데다 무턱대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가는 기자들의 원성이 만만치 않을테니까요.
구단 프런트가 급히 KBL에 문의해 `출전정지를 받으면 인터뷰도 못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신감독은 기자들에게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뒤 곧바로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지난주에도 나산의 연승행진은 계속됐습니다. 나산은 모그룹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투혼과 `헝그리 정신'으로 전력상 한 수 위로 평가되던 팀들을 연파하며 6연승을 달려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배구의 고려증권, 아이스하키의 한라위니아, 그리고 프로농구의 나산 기아 등 세칭 `IMF팀'들이 각 종목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었습니다.
◇…나산의 연승행진과 관련된 뒷얘기도 많았습니다.
나산은 20일 부산에서 `화의신청 형님'격인 기아를 98대76으로 대파했지만 24일 동양전에서는 경기종료 4.9초전 전희철에게 통한의 3점슛을 허용해 연승행진을 마감했습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동양 전희철은 경기장 밖에서 화가 난 광주팬들로부터 눈덩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동양 김홍국 과장은 전희철이 얼굴부위를 세차례나 맞자 "야구도시라 그런지 투구（?）가 매우 정확했다"면서 "그래도 돌덩이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승자의 여유'를 보이더군요.
◇…SBS의 용병 래리 데이비스의 부진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데이비스는 최근 태업（怠業）에 가까운 플레이로 SBS벤치를 긴장시키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설은 이달 급료를 구단측이 한화로 지급했기 때문이라는군요.
KBL규정은 외국인 선수의 급료를 1만달러로 못박았지만 화폐에 대해서는 명기된 조항이 없어 데이비스로서는 항의 대신 태업으로 맞서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다른 구단의 경우 외국인 선수의 급료는 달러로 지급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대우 정재헌과 나래 윌리포드는 지난 23일 원주경기서 드잡이 직전까지 가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 물의를 빚었습니다.
전국으로 TV중계까지 되는 가운데 경기 도중 2차례나 삿대질과 욕설에다 서로 침을 뱉는 등 온갖 추태를 보였던 것이죠.
이들의 행동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징계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SK프런트는 올스타전 출전선수 명단 발표를 앞두고 노심초사했답니다. 최하위의 성적 때문에 SK소속 선수가 단 한명도 올스타전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불명예스런 사태가 빚어질까 걱정했던 것이지요.
이 때문에 구단 내부에는 `올스타선발을 위한 로비라도 한번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돌기도 했답니다.
다행히 올스타전 엔트리 명단에 손규완의 이름이 올라있자 SK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입니다.
◇…나산（20일）과 현대（24일）에 패해 지난주 1승2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기아의 패인은 바로 날씨였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전국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날씨가 추웠는데 지난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은 난방을 최고로 해도 체육관내의 온도는 외투를 걸치고도 추웠을 정도였지요.
그래서 다른 팀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기아선수들이 몸을 사리느라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대전 충무체육관의 경우 실내온도는 부산경기 때보다는 높았지만 바깥 날씨가 워낙 추워 평상시보다도 실내 온도가 낮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리＝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