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21)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5시 27분
저울의 균형이 팽팽할 때 어느 한쪽에 작은 추(錐)라도 하나 올려놓으면 금방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그전까지 팽팽함을 유지했던 추의 크기는 아무런 상관없다.
결정적으로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나중에 훈수(訓手)처럼 얹혀진 바로 그 추다.
바로 쌍대의 역할이 그랬다.
마당쇠와 팔철은 그때까지 눈밭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일 만큼 처절하게 싸웠지만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호랑이공화국의 랭킹 1,2위를 다투는 최강멤버의 격돌답게 누구도 2위로의 추락을 거부했다.
이들에게 `교통정리'를 해준 것은 싸움에는 별다른 소질이 없는 쌍대였다.
쌍대에게 뒷다리를 물린 팔철은 엔진고장을 일으킨 비행기처럼 추락했다. 팔철은 일단 마당쇠의 공격을 피하며 쌍대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쌍대가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쌍대로서는 그동안 팔철에게 당한 수모를 톡톡히 앙갚음하는 셈이었다.
특히 지난번 대국을 없앨 때 친구이자 동료인 자신에게 악역을 맡긴 팔철의 잔인성은 두고두고 쌍대에게 상처로 남아있었다.
쌍대가 팔철에게 등을 돌리고 마당쇠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마음을 굳힌 결정적인 이유도 사실은 그것 때문이었다.
팔철이 쌍대를 떼어내기 위해 몸을 돌리자 이번에는 마당쇠의 공격이 번쩍였다.
마당쇠는 팔철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앞가슴을 파고들어 송곳니를 깊숙히 박은 것.
이 공격으로 팔철은 사실상 무너졌다.
계속해서 마당쇠의 해머펀치가 팔철의 얼굴에 융단폭격처럼 쏟아졌다.
이제 팔철로서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마당쇠와 쌍대 커플은 팔철을 일방적으로 짓밟기 시작했다.
각각 팔철에게 맺힌 한을 푸는 `의식'과 다를 게 없었다.
마침내 팔철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납작하게 길바닥에 깔렸다.
웬만큼 치료를 해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마당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쌍대의 도움을 받아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호랑이공화국의 대권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