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혼례' 결혼식 등장
기사입력 1998년 01월 25일 15시 41분
사극 드라마 '용의 눈물'이 장안의 화제속에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왕과 왕비의 결혼식인 '국혼례'를 재현한 이색결혼식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결혼식에는 왕과 왕비, 궁녀, 신하, 호위무사인 내금위 등의 복장과 소품이 고증대로 복원돼 마치 결혼식장이 사극촬영을 방불케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결혼전문업체인 비바이벤트는 오는 3월14일부터 올 11월까지 서울 '양재시민의 숲'에서 예비신랑 신부를 대상으로 조선조 왕과 왕비의 결혼식인 '국혼례'를 재현한 결혼식을 실시한다.
일명 '용의 눈물 결혼식'인 이 국혼례의 가장 큰 특징은 하객들이 스태프로 참여한다는 점.
하객들이 객석에 앉아 박수치는 게 고작인 판에 박힌 결혼식에서 벗어나 하객 가운데 25명이 왕과 왕비로 분장한 신랑, 신부를 보필하는 신하와 궁녀, 호위무사, 왕이 타는 가마인 '어가'를 메는 어가꾼 등 다양한 배역을 맡아 그에 따른 전통의상을 입고 '국혼례'의 재현에 참가해 축하의 의미를 더한다.
주최측에서는 정확한 고증을 위해 의상과 소품도 방송사에 납품하는 전문업체에 의뢰했고 결혼식 절차를 알기 위해 국학자 등에게 자문을 구했다.
모든게 조선왕조 예법 그대로지만 결혼에 걸리는 시간만큼은 18분으로 단축됐다.
전통 국혼례의 전과정을 이행하려면 1시간 가량이 걸리지만, 장시간의 혼례식에 따른 비용부담과 현실성 등을 감안해 절차상 큰 줄기만 살리고 대폭 간소화했다.
그래도 왕이 입장하는 '친영례', 왕비를 맞는 '전안례', 왕과 왕비가 인사를 나누는 '교배례', 하늘과 땅에 두사람의 백년가약을 맹세하는 '서 천치례', 문무백관의 하례를 받는 '합근례' 등 국혼례의 중요과정은 그대로 살아 있다.
주최측은 전통 국혼례의 대중화를 위해 신랑 신부용을 포함한 27벌의 전통의상과 어가 2대, 혼례음식, 신랑신부및 출연진 분장 비용 등 혼례식의 제반비용을 기존의 전통 혼례비용의 절반이하 수준인 36만원으로 크게 낮춰 잡았다.
결혼비용의 거품을 빼고 신랑 신부가 한나라를 책임진 왕과 왕비의 혼례를 체험케 함으로써 우리의 전통미덕인 '충'과 '효'의 의미를 새삼 일깨우도록 하자는 게 주최측의 의도.
비바이벤트 최영광 사장(36)은 "뭔가 색다른 결혼식을 원하는 신세대 예비 신랑신부들이 늘고 있어 전통 국혼례도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며 "IMF시대를 맞아 늘어난 결혼비용 부담으로 한숨짓던 예비 신랑신부들이 저렴한 비용에 '용의 눈물'에 나오는 왕과 왕비처럼 평생 추억에 남을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617-6755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