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림콘서트라마] 사물놀이-연극 이색만남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사물놀이가 연극과 만난다. 배경음악을 맡는 게 아니다. 네 개의 악기로 연극을 하는 것이다. `소리의 드라마'다.
사물놀이 한울림이 2월 1일부터 9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치는 콘서트라마 `사물이야기.'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공연형식이다. 콘서트라마는 콘서트와 드라마의 합성어이자 신조어다.
`사물이야기'는 입장단(구음), 생활악기, 사물놀이로 구성된다. `깨갱 깨갱 깽 깨갱갱…'하는 꽹과리 장단을 입으로 부르고, 그 위에 가사를 얹는다. 구음을 음악화한 작업이다.
놋쇠대야, 지게, 도마, 도리깨 등 20여가지 생활도구를 악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입장단과 타악기가 연극의 언어가 되고 몸짓이 된다. 춤과 영상, 조명도 곁들여진다. 뮤지컬도 되고, 퍼포먼스라고 부를만도 하다.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씨가 여는 사물놀이 탄생 20주년 기념무대다. 사물놀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펼쳐온 크로스오버의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 시장도 겨냥한다.
김씨는 "사물놀이가 그랬던 것처럼, 새 예술장르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10년 이상 공연될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스토리는 올 봄 발간예정인 같은 제목의 동화 `사물이야기'(작가 김동원)를 각색, 3부로 꾸며진다.
첫째마당은 태평성대. 백의민족의 과거다. 생활악기와 구음이 등장한다. 둘째마당은 오늘의 한국. 외래문화, 공해, 여성문제 등을 상징하는 다섯 집단의 잿빛귀신이 나온다.
셋째마당은 사물놀이가 장식한다. 구름과 바람, 천둥, 번개, 비를 부르는 사물악기의 힘으로 잿빛귀신을 물리친다. 그들을 껴안는다. 사물놀이, 생활악기, 구음은 물론 랩 등 외래음악이 어우러져 용서와 화합의 축제를 벌인다.
스무 살 성년이 된 사물놀이 공연답게 제작진도 화려하다. 무대의 주역은 한울림예술단 단원 18명, 어린이 사물놀이꾼 9명 등 김씨의 제자 50여명. 사물놀이 인구의 두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출은 `넌센스' `불좀 꺼주세요' 등을 히트시킨 스타연출가 강영걸씨, 대본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인 구히서씨, 기획은 강준혁씨가 맡는다. (02)765－7951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