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모교에 졸업선물로 우승트로피를…'
기사입력 1998년 01월 17일 15시 41분
백보드를 콩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남자, 현주엽（고려대 4년）에겐 더이상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0.1t은 거뜬히 넘기리라 여겨지는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우악스런 파워 앞에 대학무대는 그저 비좁기만 하다.
또 미들슛의 정확도가 예전보다 훨씬 향상됐고, 간간이 날리는 3점슛 역시 여지없이 바스켓을 흔들어 놓는다.
리바운드 때에도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능적인 속임동작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거기다 지난 11일 `영원한 맞수' 연세대에 69대53으로 대승을 거두며 연승행진을 저지한 탓인지 그의 얼굴엔 자신감까지 넘쳐보인다.
16일 한양대전서는 `덩크슛의 백미'라는 앨리우프 덩크슛을 여유있게 작렬시키는 것만봐도 그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사실 고려대가 연세대에 16점차의 압승을 거둔 일은 흔치않은 `사건'이었다.
지난 70년대 후반 이충희 임정명 진효준 황유하 등 당대의 스타들을 앞세워 47경기 연속무패의 대기록을 달성할 때도 이처럼 연세대를 큰 점수차로 눌러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가 코트에서 맹활약했기에 고려대가 대승을 거둘 수 있었지만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현주엽의 리더십도 무시할 수 없는 승인이었다.
그러나 한차례의 고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일 오후 3시30분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연세대와의 결선리그.
예선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서장훈의 연세대가 총력전으로 나설 게 확실해 고려대로선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현주엽의 각오는 단호하다.
"저 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자신감이 붙었어요. 기필코 농구대잔치 우승 트로피를 모교에 졸업선물로 바치겠습니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