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희박사] 노학자가 되살린 규방살림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문화재전문위원 허동화 박사(72)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규방 문화'와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 이야기' 등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현암사가 펴낸 두 권의 책은 한 고집스런 노학자의 수십년에 걸친 `우리 것'에 대한 연구와 정성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 준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규방 문화'는 과학의 발달과 문명의 이기 때문에 오래전 생활의 뒷전으로 밀려난 각종 규방 생활용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준다.
그런 숨결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저자의 우리 것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시선일 것이다.
저자는 규방 생활용품들을 시대별 종류별 지역별로 나누어 알려주고 있는데, 글을 읽다보면 우리 여인들의 살림살이에 깃들어 있는 미의식과 독창성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특히 한국 여인의 삶을 오롯이 대변하는 `자수의 역사와 바느질 도구'를 비롯, `생활용품 속에 올올이 꽃핀 자수' `옷을 화려하게 장식한 복식 자수' `은근한 멋과 정취를 담은 병풍자수' `깊은 신앙심과 치성으로 빚어낸 불교자수' 등의 글들은 실물 못지 않은 생생한 컬러 사진과 함께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또 `각종 공예품에 나타난 규방 문화'를 통해 비녀 반짇고리 색실첩 등으로 만든 요강 등 생활의 지혜가 돋보이는 각종 공예품에 나타난 규방 문화의 우수성도 입증해 낸다.
저자는 지난 60년대부터 30여년간 수주머니 수노리개 침장 자수병풍 다듬잇돌 보자기 등 규방 여인들의 손때가 묻은 각종 살림살이를 수집해 왔다. 무려 3천여 점.
이 수집품들 가운데 일부는 40여평밖에 안되는 서울 압구정동의 초미니 박물관인 `사전자수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규방 문화'와 함께 펴낸 에세이집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 이야기'도 읽을 만하다.
이 책은 박물관에서 수집할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수집하는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저자가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화 미담 신념 소망 등도 잔잔한 재미를 선물한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