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무더기 소송사태 우려 '어쩌나?'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항공기의 심한 흔들림이나 급강하 등으로 인해 승객들이 불안과 공포감을 느꼈다면 피해를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공업계는 무더기 손해배상 소송 사태가 우려된다며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는 최근 여객기가 지연 운항돼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강모씨등 탑승객 75명이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을 상대로 낸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공사측은 원고들에게 6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항공운송사고의 보상 기준이 되는 헤이그 의정서에서 규정하는 신체상해(bodily injury)는 직접적으로 신체에 가해진 피해 뿐만 아니라 인격, 재산, 권리, 명예 등에 가해진 포괄적인 피해(personal injury)를 의미한다"며 "항공사는 비행기의 심한 흔들림이나 급강하, 저공비행, 회항, 연착등으로 인해 승객들이 느낀 불안과 공포감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힌 것.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소송의 직접적인 원인인 연착외에 동체의 심한 흔들림이나 급강하, 저공비행등에 대해서도 배상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항공기의 흔들림이나 급강하는 주로 난기류나 강풍 등 불가항력적인 자연현상에 의해 생기며, 기체결함이나 정비불량, 조종사의 실수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국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난기류를 만나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의 경우 비행전에 경계가 내려진 난기류지대를 피해 비행했는데도 갑자기 생긴 난기류에 휘말렸다"며 "이런 것까지 모두 손해배상 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항공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국내선용 중,소형기종은 다소 강한 바람이 불면 기체가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판결대로라면 모두 손해배상 청구요건에 속한다.
때문에 흔들림, 급강하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르면 항공사들은 기후조건이 조금만 나빠도 운항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국내 항공사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무더기 소송사태'를 걱정하면서도 회사차원의 특별한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부분이 많기때문에 소송이 제기되는등 문제가 될 경우 합리적 해결책이 모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