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창] (25) 남해도 미조항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40분
남해도(경남 남해군) 미조항의 겨울은 유난히 썰렁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에 들렀던 여수∼부산을 잇는 쾌속선 엔젤호가 겨울엔 손님이 없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조 사람들은 엔젤호를 `철새'에 비유한다.
여객선창은 텅 비었으나, 활어어판장은 활기가 넘쳤다. 고깃배들이 들어와 오전 7시부터 경매가 시작되면 어판장 주변은 `IMF 한파'도 잠시 잊을만큼 부산해진다.
남해도는 이웃 창선도와 다리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떠올랐다. 전남 진도를 제친 것이다.
갈매기 많고 고기떼가 몰리는 지족해협에 놓인 창선다리 입구 호다방에 들렀더니 벽에 써놓은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남해 특산 유자차만 드시는 날입니다.'
남해 사람들의 유자 자랑은 대단했다. 현지민 김성철씨(35)는 "올해는 가물어서 유자차 맛이 전보다 덜하지만, 남해 유자의 그윽한 향기와 맛은 그 어느 지방 것보다 독특하다"며 입선전을 했다.
다른 지방의 유자나무는 대부분 접목한 것이지만, 남해 유자는 제나무에서 열린다는 것.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있는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150호)도 이 섬의 `물건'이었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1.5㎞ 반달형 해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이곳에는 바람막이로 심어놓은 1만여그루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몽돌밭을 스치는 겨울 파도소리와 꼬불꼬불한 해송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뤄, 전국에서 젊은 연인들이 찾아와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다.
물건리에서 해안관광도로를 따라 가면 대지포 약수터가 나온다. 수질검사 성적표까지 붙어 있는 약수를 한모금 마신 다음,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면 더없이 후련하다.
상주리해수욕장과 금강을 구경한 다음 남해대교에서 즐기는 저녁노을은 황홀하기만 하다.
남해의 맛
남해읍에 있는 녹수정(0594_63_2959)은 전어방젓으로 유명하다.
낮에 잡힌 전어는 모래를 먹기 때문에, 이슥한 밤에 잡은 전어 쓸개로 젓갈을 담아야 제맛이 난다는 게 주인의 노하우다.
전어방젓은 약간 쌉쌀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한 맛도 느껴진다. 입맛 밥맛없는 사람에겐 그저그만이다.
이집의 또다른 별미로는 쭈꾸미구이와 불판 장어구이가 있다. 남해 특산주인 유자술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갈치구이와 파래무침, 파김치 굴무침 등이 밑반찬으로 나온다.
남해 미조 선창에 있는 공주식당(0594_867_6728)의 갈치회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갖은 양념과 막걸리를 발효시킨 식초에 버무려 길치회를 먹는 맛은 일품이다.
[명기환=시인. 목포 덕인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