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속도] '내가먹은것은 내가낸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5시 12분
IMF시대를 맞아 지갑에 일부러 1천원짜리로만 가득 넣어다니는 신세대들이 늘고 있다.
경제난으로 용돈이 크게 줄어든 신세대들 사이에 더치페이가 미덕으로 자리잡으면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신 뒤 1천원짜리로 각자 먹고 마신 금액을 `정확히' 지불하기 위해서다.
만일 지갑에 1천원짜리가 부족해 1만원 짜리를 냈다가는 혼자서 바가지를 쓰기 쉽고 친구들로부터도 "돈 많네, 앞으로도 네가 다 계산해라"라는 등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또 지갑에 1만원짜리 1∼2장 넣어다니는 것 보다 차라리 1천원짜리로 10∼20장을 두둑히 넣어다니는 쪽이 심리적으로도 든든하고 마치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박윤미양(22．단국대 3년)은 "지갑에 1만원짜리가 있으면 언제 돈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금세 없어지는데 반해 1천원짜리로 바꿔 가지고 다닌 뒤로는 1천원짜리 10장으로 사흘까지 버틴 적이 있다"며 "물가가 오를수록 소액권으로 바꿔 알뜰히 지출하는 것도 생활의 한가지 지혜"라고 말했다. 최석환 명예기자 X한국외대〉
IMF체제 아래 신세대들 사이에 새로운 화폐가 등장했다.
`도서상품권' `구두티켓' `백화점 상품권' 등이 현금 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식사모임때 자기 몫으로 낼 돈이 마땅치 않을 때 친구에게 신세를 지고 친구에게는 대신 도서상품권이나 구두티켓 등을 주는 것.
당장 현금이 궁한 판에 집안에 사용하지 않고 모아둔 도서상품권이나 구두티켓을 유용하는 것이다.
또 선물로 받았던 구두티켓이나 상품권 등을 구두수선하는 곳에서 액면가 60∼65%에 해당하는 현금으로 교환해 썰렁해진 지갑에 잠시나마 온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하지성군(외대 무역학과 4년)은 "부모님으로부터 받던 용돈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하루하루 칼날 위를 밟고 사는 느낌"이라며 "그래도 사용하지 않고 모아둔 백화점 상품권이라도 몇장 있어 이것을 현금화해 `비상시국'을 가까스로 타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