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군] 정벌(2)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4시 05분


고려왕 왕식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역적놈이 정3품의 대신이 되다니. 어찌 이런일이 있을수 있단 말이오?"

"전하, 이젠 어쩔수 없는 일이옵니다."

기대원의 표정도 어두웠다. 그는 하쿠치가 윤의충에게 죽음을 당한후로 천신만고끝에 고려로 돌아와 있었다.

"허나 황제폐하께서도 그자를 견제 하실터이니 염려 하실것은 없습니다."

"바로 머리위에 대군을 거느린 역적놈이 있는데 어찌 걱정이 안되겠소?"

청안에는 그들 두사람 뿐이었는데 밖에서 기척이 들리더니 환관이 들어섰다.

"전하, 교정별감 대감께서 오셨소이다."

"듭시라고 해라."

곧 청안으로 임연이 들어섰다. 금박을 입힌 화려한 관복차림에 허리에는 칼을 찼다. 김준의 위세를 능가하는 임연의 행차인 것이다.

그는 왕의 전면에 앉았는데 동격(同格)의 위치였다.

"전하, 윤의충에 대해서 폐하께 상소하는것이 좋겠다는 대신들의 의견이오."

임연이 승냥이 목소리로 말했다.

"그자를 중용하려면 차라리 토번쪽이나 영북행성쪽으로 옮기도록 전하께서 상소해 주시오."

왕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옳은 말씀이오. 곧 상소문을 적어 황제폐하께 보내리다."

"폐하께서 미봉책으로 그자를 병마절도사로 임명하셨을 터이니 상소가 간곡하면 들어 주실 것이외다."

임연에게도 윤의충이 바로 위쪽의 요양행성에 버티고 있는 것은 마치 머리위에 뱀이 앉은것과 같은 것이다.

모처럼 왕과 임연의 뜻이 일치되었다. 임연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왕을 바라보았다.

"전하, 각도에서 모은 군사는 3만이 조금 넘소이다. 열흘 후면 출정 할수가 있을 것이오."

"수고 하셨소."

"병마도독에는 상장군 이도명이 적임이라고 믿소이다."

"곧 직첩을 내리리다."

쿠빌라이의 지시로 남송정벌에 고려군을 파병하는 것이다. 이도명은 고려군을 통솔하는 병마도독을 자원했는데 경쟁자가 많았다.

무장들이 쿠빌라이의 눈에 띄어 발탁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시선을 돌린 임연이 기대원을 바라보았다.

"대감, 윤의충에게 병력이 얼마나 있소?"

"요양행성의 병권을 쥐었으니 대략 십만을 거느릴 것이외다."

"허어. 미친개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구나."

"허나 부도독과 장수들 대부분이 몽골인이니 함부로 군사를 움직일수는 없소이다."

"북계의 고려인들이 국경을 넘어 요양행성으로 이주하고 있소. 윤의충이 고려인을 받아 들인다는 소문이오."

왕과 기대원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을 제지할 방법은 없다. 국경의 몽골군은 바로 윤의충이 장악하고 있는 요양행성의 군사들이기 때문이다.

왕이 길게 숨을 뱉었다.

"왜적이 내륙에까지 제집 안방 드나들듯 하니 백성이 몽골땅으로 도주하는 것을 나무랄수만도 없소."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임연인지라 그는 퍼뜩 눈을 치켜떴다. 그러나 사실인 것이다. 그가 입맛을 다셨다.

"왜적의 무리는 별초군을 모아 소탕하겠소이다. 허나 남송정벌군의 파견으로 병력이 모자라니 시일이 걸릴것 같소이다."

자신없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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