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꼴지'롯데와 부산경제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45분
롯데의 부산 구단사무실엔 요즘 의미심장한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부산 상공회의소의 직원이라고만 밝힌 사람의 전화도 그중의 하나.
"기업체들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난리다. 불량품이 늘었고, 직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다. 롯데가 꼴찌를 하기 때문이다."
고 3 수험생을 뒀다는 학부형은 이렇게 항의했다.
"롯데가 진 날은 얘가 공부를 안한다. 제발 좀 이겨주소."
300여개의 상점들로 구성된 부산 사직동 상우회도 울상.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관중탓에 곧 문을 닫을 지경이다.
23일 현재 사직구장 관중은 총 32만3천여명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13만여명이 줄었다.
관중 한명당 1만원 가량을 쓰고 귀가한다고 보는게 구단직원들의 시각인데 결국 상인들의 총매상은 작년보다 13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경기뒤 구장 앞 잔디밭은 가족공원과 휴식터였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롯데는 지난 20일 4천483명, 21일엔 2천567명의 관중이 입장해 이틀연속 올시즌 최소관중 신기록을 갱신했다.
구단은 관중수입이 예상치를 훨씬 밑돌자 최근엔 7억원의 빚까지 냈다.
구단직원들은 "이러다간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이다.
외국에선 명문구단의 성적이 나쁠 때 지역경제가 흔들린다는 게 이미 입증되고 있다.
부산은 `구도（球都）'로 불릴만큼 야구열기가 뜨거운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 야구장은 한산하고 을씨년스럽다.
"4등은 몰라도 5등만이라도 하자"는 팬들의 아우성을 롯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과연 알고나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