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ML메세지] 외로운 2군생활'조성민 파이팅'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40분
요즘 나를 필요로 해서 찾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메이저 리그에서 아직 한 시즌 10승도 올리지 못한 내가 이렇게 스타 대접을 받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많은 분들이 나를 찾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운데서 스티브형이 온갖 부탁을 거절하는 악역을 맡아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든다.
첫 2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할 당시는 나를 찾는 사람도 거의 없고 참으로 외로웠던 생각이 많이 난다.
가끔 그럴 때마다 가장 생각나는 것은 일본의 2군리그에서 뛰고 있는 친구 조성민이다.
지금은 2군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성민이는 분명히 스타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선동열 선배처럼 일본 야구를 호령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며, 나이로 봐서도 시간이나 기회가 많다는 생각이다.
보나마나 성민이는 참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대와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었다가 2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잘 안되거나 몸이 아프거나 외로울 때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들게 만드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함께 있다면 그런 어려운 시간들을 즐거운 시간으로 바꿔줄 수 있는 친구가 될텐데 떨어져 있으니 아쉽다.
팬들이나 야구를 아끼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성민이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성장 과정부터 애정으로 지켜본다면 분명히 성민이가 스타가 되는 날 더욱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성민이는 신체 조건이나 성격, 기량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투수가 분명하다.
그러나 나처럼 성민이도 아직은 배워야할 것이 많을 뿐이다.
성민이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내가 성민이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마이너리그에서 고생을 해본 경험이 있다.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당장 잘 해내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면 현실에 매달리게 되고, 오히려 부담감만 늘어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차근 차근 배워야할 것들을 익혀가면서 열심히 운동하면 머지않아 성민이는 일본 프로야구의 뛰어난 선발 투수로 자리잡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둘 다 일본과 미국을 호령하는 선발 투수가 돼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