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나무방망이를 써야하는 이유
기사입력 1997년 06월 23일 14시 46분
`부정 방망이' 소동이 일단락됐다.
한달 넘게 끌면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프로야구의 도덕성마저 의심케 하는 문제들을 발생시켰던 부정방망이 문제는 일본과 미국에서 `정상방망이'라고 검증함으로써 깨끗이 마무리됐다.
요즘 스포츠계는 나무 방망이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 야구와는 달리 `첨단 소재를 이용한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육상경기에서는 공기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유니폼을 개발했고 테니스나 배드민턴도 가볍고 탄력이 뛰어나다는 티타늄 소재의 라켓을 만들었다.
또 가장 경쟁적으로 신무기 개발을 하는 골프는 우주선에 쓰이는 재료라는 보론을 거쳐 티타늄은 이미 일반화됐다.
요즘은 티타늄에다 특수 물질들을 합금해 최고의 반발력을 자랑한다는 `차세대 골프채'까지 등장 시켰다.
타이거 우즈가 엄청난 장타를 뿜어내는 것도 첨단 소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다른 스포츠는 조금 더 멀리, 빨리,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 첨단 소재를 이용한 새로운 무기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는데 반해 야구만은 그렇지가 않다.
오로지 나무 방망이만 고집하고 있다.
나무 방망이보다 반발력이 탁월한 첨단 소재로 배트를 만들어 쓴다면 홈런이 펑펑 터지고 안타가 쏟아져 한층 더 재미있을텐데 나무 배트만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가 시작된 미국에서 배트를 나무로 한 것은 나무는 구하기가 쉽고 가공하기도 용이하며 무엇보다도 강도가 균일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반발력이 일정하다는 얘기다.
야구는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훨씬 유리한 운동이다.
때문에 가장 자연적인 반발력을 가진 나무를 쓰지 않고 첨단소재를 쓸 경우 투수들이 `뭇매'를 맞게돼 오히려 야구의 흥미는 반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는 타자가 때릴 수 없는 스피드로는 도저히 던질 수가 없다.
지금까지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투수의 최고 스피드는 놀란 라이언의 162.3㎞였다.
이 속도로 볼을 던졌을 경우 18.44m인 홈플레이트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0.41초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간이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판단하고 뇌의 작용을 통해 행동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0.25초라고 한다.
그렇다면 투수가 162.3㎞의 볼을 던졌을 경우 타자의 반응속도 시간인 0.25초를 뺀다면 타자는 투수가 볼을 놓은지 0.16초, 거리로는 7.21m를 날아오는 볼을 보고 때려낸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타자가 볼에 손도 못댈 스피드는 타자의 반응속도인 0.25초만에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속 265.5㎞라는 결론이다.
그러나 투수의 공이 손끝에서 떠나기 전부터 스윙이 가동된다는 점에서 실제상황에서 이론이 성립될 수 없다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현재 투수들이 던지는 볼의 스피드는 120∼160㎞로 타자들이 때릴수 있기 때문에 각종 변화구를 개발해 던지지만 투수가 발전하는 속도보다는 타자의 기술이 더 빨리 향상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는 해가 갈수록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만일 타자들에게 첨단의 배트를 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타구가 멀리 가고 또 타구 스피드가 빨라지면 투수들은 마운드가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 뻔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첨단 소재나 압축 배트 등 부정방망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자연산 나무 배트'를 써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