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환] '문민'이란 이름은 환각제 였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7일 14시 18분
소설가 이대환씨(39)가 소설집 `생선 창자 속으로 들어간 시'(실천문학)를 내놓았다.
모두 8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중 특히 6편은 `우리들의 문민시대'라는 부제를 달아 놓아 눈길을 끈다. 소설의 시간적 무대는 90년대 초반부터 올 봄까지.
그가 그려내는 세태는 물론 `빛나는 문민'이 아니라 `개탄스런 문민'이다. 오늘도 신문지상을 어지럽히고 명예퇴직, 권혁형 비리, 난감한 교육현실 등이 소설의 주제와 소재를 이룬다.
등장인물들의 얼굴모양은 제각각이고 `문민의 허위'를 질타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명예퇴직을 당해 택시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중년사내가 나오는가 하면, `문민시대'의 권력층과 결탁해 각종 이권에 손을 대며 살아가는 운동권 출신,
대학시절 잠시 학생운동에 가담했던 전력 때문에 옥살이를 하게 되는 젊은 직장여성도 등장한다.
표제작인 `생선 창자 속으로 들어간 시'는 과거 노동운동과 관련, 해직된 뒤 지금은 생선좌판을 벌여놓고 있는 `전직 시인'이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아들의 담임선생에게 자기 고백을 하는 독백소설.
리얼리즘 문학이 구문(舊文)속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구문(舊聞)이 된듯한 요즘, 그의 소설들은 낡아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단호하다.
"90년대의 `젊은' 소설문학엔 감각주의가 지나치게 부추겨진 일면이 있다.
새로운 재주를 터득하는 시간이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가볍고 달콤하면 좋다는 식의 경박성이 올곧은 서사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도깨비 역할을 한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문민'이란 이름이 마취제나 환각제로 작용했다는 고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