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대선토론회의 '관광 불감증'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3시 57분
왜 관광에 대한 질문은 없는가.
최근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주최하는 각 당의 대선후보에 대한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크게는 통일문제에서 물가, 낙태 등 세세한 것에까지 질문하면서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관광정책에 대해서는 한번도 질의가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토론회를 지켜본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외국 관광객 1명을 유치하는 것이 자동차 몇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도 관광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며 관광 불감증을 꼬집었다.
지금 세계 각나라는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차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관광 세일즈맨'으로 나서 일본 TV에 출연, 미국에 많이 와 달라고 호소까지 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높은 숙박료와 살인적인 물가, 불친절한 택시, 극심한 교통체증, 안내시설 미흡 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소문이 나있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작년 관광수지 적자는 15억5천만달러, 올해도 4월말 현재 6억5천만달러 적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3억7천700만달러 보다 40%정도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 관광수지 적자가 20억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나가려는 사람들을 막으려고만 할 뿐 별다른 묘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광정책 부재탓이다.
제3공화국때만 해도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유력한 `외화벌이'로 삼고 청와대에 관광담당 비서관까지 두는 등 관광에 관심을 두었었다.
그러나 제5공화국때 비서관 자리가 없어졌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한국관광공사마저 교통부 소속에서 문화체육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관광을 산업으로 보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경제관료 재임시 관광을 사치성으로 분류, 투자를 억제했던 모 인사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된 후 `관광밖에 살길이 없다'며 가장 앞장서서 관광객 유치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 하다.
관광을 `산업'으로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외국 관광객 유치 전략과 국내 관광 활성화는 정부와 대통령이 앞장서서 나서야 하는 역할중 하나다. 때문에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도 예외일 순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