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터미네이터포' 점화
기사입력 1997년 06월 12일 14시 57분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투수들은 잔뜩 긴장하기 시작한다.
요리조리 피하려 애써보지만 결국 큰 것 한방을 얻어맞곤 고개를 떨구게 마련.
OB `터미네이터' 김상호（32）가 투수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적인 장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홈런타자의 특성상 헛스윙 삼진이 많긴 하지만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새카맣게 펜스를 넘기는 타구를 뿜어낸다.
11일 잠실경기에서도 김상호는 특유의 장거리포를 가동, 쌍방울 선발 김원형을 무너뜨렸다.
0_3으로 뒤지던 4회 기습적인 좌월 1점아치를 뽑아내 김원형의 페이스를 흐트려 놓은 것.
지난 4월17일 전주 쌍방울전 이후 무려 55일만의 홈런에다 4대3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는 점에서 기쁨은 두배였다.
김상호의 이 홈런 한방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몸쪽 코스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 김상호는 왼쪽 손등부상의 여파로 최근 타격컨디션이 형편없었다.
한달간의 부상공백을 딛고 지난달 31일 잠실 롯데전부터 1군에 복귀한뒤 7경기에서 겨우 4안타（16타수）를 뽑아냈고 이것도 대부분이 바가지 안타.
정상적인 스윙이 안된다는 것을 안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몸쪽으로 쑤셔대는 바람에 삼진도 7개나 당했다.
하지만 호쾌한 타격폼을 되찾은 김상호에게 섣불리 몸쪽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좋은 `먹이감'이 될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