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질투의 화신 (8)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4시 36분



마치 탁자와 같아서 어느 다리든 하나가 빠져 나가면 쓰러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여권 후보들의 견해는?'

허원행은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이제 한시간만 지나면 12시다.

그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토론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야권은 그렇고,…. 여권은 어떻게 보나. 그쪽도 재미있을텐데."

"재미있죠. DJT 만큼이나…. 아니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이회창 고문이 대표로 있지만 대권후보가 되느냐 하는 것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켜보긴. 인기도 1위, 당내 지지도 1위, 그리고 대표 프리미엄도 있는데."

"글쎄요.…저라면… 이수성 고문을 지켜 볼 겁니다."

"이수성 고문?"

"네.…원래 이수성 후보, 최형우 당대표 구상이 신한국당에 있었어요. 민주계가 선호하는 인물이 이회창 대표 보다는 이수성 고문이거든요."

"그렇게 봐?"

"틀림없을 겁니다."

이 문제 만큼은 허원행과 이종민의 의견이 틀렸다. 이회창 고문은 절대 당 대표직을 내놓지 않을 것이며 그 효과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다. 개인 인기도 DJ와 버금간다.

"하지만 민주계 결속이 될까?"

"최형우 고문이 병석을 털고 일어나느냐, 회복 불가능이냐에 따라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회복은 되겠지만 정계복귀는 어렵잖아?"

"정계복귀와 회복과는 상관이 없어요.…김영삼 대통령 취임후 최고문과 김덕룡 간에 갈등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최고문과 김덕룡은 결별할테고요. 최고문이 영향력을 끼칠 정도만 되면 이수성 고문을 전진배치할 겁니다."

"박찬종 고문은？"

"결국 둘중 누구 하나를 선택하든가. 탈당…까지는…. 아무튼 그쪽도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아깝고 훌륭한 어른이긴 한데… 워낙 지지기반이 없거든요."

"김덕룡 후보는."

"사투를 벌이겠죠. 최악의 경우 박찬종 고문보다 먼저 탈당하여 새 정당을 만들 수도 있을거구요."

"이한동 고문은."

"글쎄요. 제가 이고문이라면 민주계와 결별하고 박태준씨와 손잡을 거예요. 보수세력? 글쎄, 보수세력이라기보다는 경제제일 신 민주화 세력 아닙니까. 그런면에서 뜻을 같이하고 동지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TJ쪽이 훨씬 어울린다는 거죠."

"실현 불가능한 얘기로군."

"네? 소장님, 정치에서는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는 법 입니다. YS와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합치는거 봐요. 꿈이 서로 다르긴 했지만."

벌써 시간이 꽤 오래 되었다. 허원행이 시계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