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경독주회] '신들린 선율' 13년만에 솔로무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9일 14시 07분
`활화산같은 열정의 피아니스트' 서혜경씨(37)가 독주회로는 13년만에 국내에서 순회공연을 갖는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풍랑을 겪어온 그에게는 이번 독주회를 맞이하는 감회가 새롭다.
10일부터 7월 2일까지 대전, 광양, 부산, 마산, 울산, 서울, 청주, 광주 등 전국 8개도시 순회공연을 갖는 그는 "서혜경이라는 그릇에 담긴 인생경험을 음악을 통해 남김없이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에 난곡으로 알려진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을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주한다.
20여년간 무수히 연습한 곡.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정신분열증에 시달린 한 천재의 우울, 고독이 담긴 곡이라서 거북함을 느꼈었는데 이제는 프로로서 그를 표현할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깊고 오랜 절망과 방황의 세월을 헤쳐나온 천재 예술가로서의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80년 부조니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우승한 후 지나친 연습으로 인한 근육 마비증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3년동안 고생하다가 83년 뮌헨콩쿠르에서 2위에 올라 재기에 성공, 88년에는 미국 카네기홀이 선정한 `세계 피아니스트 베스트3'에 뽑히기도 했다.
20대에 이미 최정상급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친 그에게 두번째로 찾아온 시련은 피아노에 대한 회의. 스물아홉살 무렵부터 2년간 우울증에 빠지는 등 방황을 거듭하다가 결혼, 출산과 함께 안정을 되찾았다.
`불을 뿜어내는 용'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삶의 원숙함이 배어나오는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가는 그런 예사롭지 않은 세월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단골 레퍼토리인 베토벤의 소나타 `열정', 10대때 천재소리를 듣고 싶어서 연주했던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슈베르트의 `즉흥곡 작품90'을 연주한다.
독주회 일정은 10일 대전 대덕과학문화센터, 11일 광양 백운아트홀, 17일 부산 문화회관, 22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24일 마산 MBC홀,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월 1일 청주 예술의전당, 7월 2일 광주 문화예술회관.(매공연 오후 7시30분). 문의 (02)548-44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