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집단삭발 돌격대의 투혼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야구장에 웬 군인 아저씨'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경기전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3루측 덕아웃 앞에 모자를 벗고 선 쌍방울 선수들을 보고 모두들 의아해 했다.
머리가 모두 갓 입대한 신병스타일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게다가 너도나도 유니폼 바지를 스타킹 위까지 치켜 올려 농촌 모내기 돕기에 나선 국군장병을 연상케하는 농군 패션까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잘 해보자는 다짐이지요'`더이상 질 수 없잖아요'라는 것이 선수들 삭발의 배경.
지난 6일 저녁 김기태와 최태원이 난데없이 머리를 빡빡 밀고 숙소에 나타난 것이 집단 삭발의 시작이다.
부진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최태원과 최근 5경기 연속 병살타를 친 죄책감에 시달리던 김기태가 삭발로 비장한 각오를 다졌고 동료, 후배들도 팀 4연패의 분위기를 바꾸자며 동참.
노장 김성래도 "머리 깎은지 3일밖에 안됐는데"라는 김광림과 김성현을 데리고 후배들과 행동을 함께 했다.
그 바람에 쌍방울 숙소 주위의 미장원이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
삭발투혼 덕분인지 김기태는 오랜만에 타점기록, 팀은 연장 11회까지 가는 승부끝에 롯데를 3대1로 꺾고 4연패 탈출.
경기뒤 최고참 한대화는 "나한테도 진작 얘기를 하지"라며 뒤늦게 머리를 깎고 나타나 뒷북을 둥둥둥.
"결과는 나중이고 선수들 마음이 기특하다"며 원형탈모증으로 머리가 빠지고 있는 김성근감독이 코치들의 머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