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해학으로 승화시킨 '죽음'의 미학
기사입력 1997년 06월 08일 14시 37분
죽음을 우스개 미학으로 다룬 연극 한편이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연기획사 컬티즌과 정동극장이 함께 마련,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희단 거리패의 해학극 `오구'（이윤택 작, 연출）가 그것.
이 무대는 염라대왕이 할머니에게 연애하자며 유혹하고, 저승사자가 초상집에 찾아와 간통하는 등 죽음과 초상집 풍경을 놀이화하여 색다른 사생관을 보여 준다.
지난 89년 초연된 이후 476회에 걸쳐 무대에 올라 모두 3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화제작.
굿이 연극의 한 부분일 수 있는지, 죽음을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아도 되는지 등의 쟁점을 놓고 지상 논쟁을 벌이면서 우리 연극 양식의 한 모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살아 있는 사람의 극락왕생을 비는 영남지방의 `산오귀굿'을 모티브로 삼았다.
꿈속에서 저승 풍경과 죽은 남편을 목격하고 혼비백산, 잠에서 깨어난 노모는 아들을 불러 산오귀굿 한판을 벌여 달라고 떼를 쓴다. 결국 아들이 어머니의 사후 행복을 위해 굿을 벌이는 중에 노모는 `나 갈란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숨진다.
화투판과 술판으로 흥청대는 초상집에는 저승사자들이 나타나 형제간의 유산 싸움을 해결하는가 하면, 과수댁과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즐거운 노모는 산사람들의 싱싱하고 힘찬 만가를 들으며 저승에 도착, 먼저 온 남편과 결혼한다.
우리의 전통적 연희 요소들을 모두 찾아내 융합시킨 총체극으로서 재미에 기초한 대중성은 물론, 탄탄한 구성과 전통 미학 차원의 작품성에서도 손색이 없는 무대다.
노모에는 탤런트로 진지하게 연극 작업에 임하는 강부자, 상주에는 악역 단골 배우로 알려져 있으나 부드러운 남자인 김학철 그리고 배미향 정동숙 하용부 등이 출연, 질펀하고 신나는 굿판을 벌인다.
30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 일 공휴일 오후 3시, 6시 30분. （02）773－89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