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허장회 8단 ●최명훈 5단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3시 51분
제7보(80∼116)＝프로기사들은 `무심(無心)'이란 휘호를 좋아한다.
조훈현,조치훈 9단의 전매휘호이기도 하다.
말그대로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다. 반상의 사리사욕을 다 떨쳐버리고 우아의 경지에서 한수한수 최선을 다한다면 금방 명국이라도 나옴직 하다.
그러나 프로도 인간인 이상 말처럼 쉽게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단한 자기수련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수순이 지난 후 뒤늦게 찬스를 놓친 것을 깨달으면 표현은 안해도 누구나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자책과 함께 흥분이 일게 된다.
흑 81로 살자 그때서야 전보의 타이밍을 놓친 것을 깨달은 백은 이후 약간 이성을 잃고 과격한 수단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쉬움에 대한 보상심리라고나 할까.
백으로선 지금이야말로 `무심'의 대국심리가 요구되는 장면이다.
백 82．84에 이어 백 86이 과격했다.
지금이라도 백 1로 침착히 잇고 3까지 바둑을 길게 끌고 가겠다는 마음이 아쉬운 장면이다.
87 이하는 기세이자 내친 걸음.
93까지 하변을 송두리째 흑에 허용하더라도 98에 끊는 맛을 이용,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자는 백의 의도이나 그러기에는 97까지 하변에서의 출혈이 너무 컸다.
수순중 흑 95는 흑 1이 정수.
5까지 백 A에 끊길 경우 백의 수는 세수. 실전엔 백의 수가 네수 이상 늘어져 약간 문제가 되고 있다.
백 102 이하는 승부수. 물론 본 뜻은 중앙 흑 말에 두고 있다.
따라서 흑의 대응은 113까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116까지 백의 교묘한 `얽기' 작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