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LG '조아저씨'의 행복한 분노
기사입력 1997년 06월 04일 13시 43분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아요?"
3일 잠실 LG 라커룸에서 만난 조 알바레스코치는 살레살레 고개를 흔든다.
깨끗이 빨아입은 그의 흰색 언더셔츠 위에 누군가 검은 매직으로 잔뜩 낙서를 해놓았다.
`대머리 코치, 조 아저씨.'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알바레스코치에게 그 글의 의미를 슬쩍 일러줬더니 약이 잔뜩 올라 발을 구르고 야단이다.
범인은 `양키' 심재학.
근사한 별명을 붙여준다는 꼬임에 넉넉한 배를 아낌없이 내밀었던 코치의 실수였다.
보복은 수박세례.
알바레스코치는 선수 라커룸의 심재학을 덮쳐 얼굴에 온통 수박을 씌워버렸다.
"표현하는 선수가 좋아요. 잘 물어보고, 자기 생각과 다르면 솔직하게 반대 의견도 내고. 또 운동장 밖에선 형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쌍방울과 롯데를 거쳐 LG에 온 알바레스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수동적이고 얌전한게 불만이다.
말이 안통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얼굴에 의문점이 가득한데도 정작 와서 물어보거나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래서 장난기 많고 자기표현이 강한 LG의 젊은 선수들이 무척 마음에 든단다.
알아들었으면 `오케이！' 진하게 맞장구도 쳐주고 자기 의견과 다르면 손짓 발짓을 다 써가며 끈질기게 물어본다.
서툰 영어로 농담을 해대 가끔 무례한 언사가 섞이기도 하지만 알바레스코치는 그저 시끌벅적한 선수들이 좋단다.
진하기로 따지면 스스로의 표현력도 만만치않다.
"유니폼을 입었을땐 상대가 어머니라도 이겨야 한다"는 게 알바레스코치의 큰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