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표팀] 차범근 '템포축구' 실종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5시 08분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98프랑스월드컵축구팀에 허리디스크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믿을만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어 밋밋한 필드공방만 있을뿐 리드미컬한 `템포축구'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태국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6조 예선 최종전서 한국이 17개의 슈팅을 쏟아붓고도 한골도 뽑아내지 못한 것은 골결정력에 앞서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중심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속도에 `리듬'을 붙여줄 조율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전반에는 고종수가, 후반에는 김도근이 플레이메이커로 나섰지만 이렇다할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제 `부실한 허리'는 차감독이 극복해야할 우선과제로 떠올랐다.
`재간둥이' 고종수（19·삼성）와 유상철（26·현대） 신태용（27·일화）, 그리고 최근 영입한 김도근（25·전남） 등 후보들은 많지만 모두 성에 차지 않는다.
고종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유상철과 김도근은 남에게 만들어 주기보다 스스로 하는 스타일이다.
플레이메이커가 갖춰야할 순간적인 임기응변이나 정교한 패싱력, 폭넓은 시야에서 모두 합격점에 드는 선수가 아직 없다.
스타일로 치자면 신태용이 엇비슷하지만 플레이에 특징이 없고, 몸싸움에 약한 게 단점이다.
이 모두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인 윤정환（24．유공）이 다치면서 초래된 일이다.
문제는 윤정환의 무릎이 앞으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차범근식 축구'는 선이 굵은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중심축의 움직임은 더욱 정교하고 뜸직해야 한다.
차감독은 오는 12일 시작되는 제2회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에는 기동력이 뛰어난 김도근에게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맡겨볼 심산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대표팀의 허리디스크는 의외로 고질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