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아버지의 연애편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2일 14시 43분
KBS TV의 PD중에는 성명이 `성명'인 사람이 있다.
군대서 관등성명을 댈 때 관등은 제대로 댔지만 성명은 `성명'이라고 하니까 자꾸 성명을 다시 대라고 하더라지.
우리는 이분의 호가 `호'인줄만 알았는데 사실 `호'는 이름이고 호는 `석봉'이시다.
석봉 한호선생 야그다.
문체부에서 이 달 6월의 문화인물로 한호선생을 선정했는데 석봉하면 떡써는 어머니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당사자 보다 성명미상의 어머니가 더 유명한 경우다.
한석봉은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서필가였는데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돈을 받고 대신 글씨를 써 주는 사람이다.
요새 세상에 태어 났으면 그 잘 쓰는 글씨 솜씨때문에 연애편지깨나 청탁을 받았겠지. 모르는 소리말라구? 왜? 요새는 타자기 아니 컴퓨터가 있어서 개발새발 글씨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구?！ 하긴 맞는 말이다.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는 글씨에 성격과 나아가서는 인격도 나타난다고 했다.
연애편지를 받아 봤을 때 `아, 이름이랑 품행이 여자처럼 고운 김정희가 보내온 것이구나！'
또는 `이건, 떡장수집 아들 석봉이 놈이 데이트 신청을 해 온 거구나！'
아니면 `어쭈！ 한－중수교가 되더니 중국서 왕희지라는 총각이 국제편지를 보내왔네！'_글씨만 척 보고도 이렇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용이나 이름을 보기 전에는 누가 보낸 연애편지라는 걸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연애편지가 특색을 잃었고 덩달아 인기도 시들해지고 말았다.
논술고사가 있긴 하지만 요즘 아해들의 글 쓰는 문장력은 동생편만 있는 실정이다.(형편 없다는 말).
오죽했으면 이런 연애편지 소동이 있을까.
한 여자아해가 연애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글귀가 단 한줄도 떠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옛날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내 엄마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연애편지를 발견하고 그대로 베껴썼다.
여자 아해는 우선 실험을 하느라 그 편지에 남자 이름을 사인해서 자기 집으로 보냈다.
소녀, 여자아해는 아버지에게 자랑스럽게 편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아버지는 벌컥 화를 내며 편지를 구겨서 내 팽개치는 거였다.
"야, 이런 얼간이 멍청이 쪼다 칠뜨기 띨띨이협회 이사장 같은 놈은 필요없다. 이 따위로 글을 쓰는 놈은 어서 빨리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우리 자주 연애편지를 쓰자. 재화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