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의미국야구] 팀분위기 망치는 미운오리 피아자
기사입력 1997년 05월 31일 14시 33분
올 시즌 아무래도 ＬＡ 다저스의 우승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아직 시즌의 3분의1도 끝나지 않았고, 내셔널 리그 서부조 선두에 4게임 뒤진 정도인 다저스에 벌써 우승이 힘들다는 말을 하면 팀 관계자들은 역정을 낼 것이 뻔하다.
그러나 올 시즌 다저스 팀은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팀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포수 마이크 피아자와 1루수 에릭 캐로스에게 있다.
피아자는 연봉 750만달러, 한화로 67억5천만원을 받는 슈퍼 스타다.
수비에 약간 문제가 있다지만 방망이에 관한한 발군이다.
그러나 문제는 피아자가 항상 개인 성적에만 연연하고 팀워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데 있다.
지난 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대승을 거두고 라커룸에서 팀이 모처럼 즐거운 분위기에 들떠 있던 순간 피아자는 복도에서 집기 등을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단지 자신이 그날 경기에서 안타를 못치고 잘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몬데시와 질, 캐로스 등 다른 주포들이 모두 홈런을 쳤는데 자기만 침묵했다는 화풀이를 집기에 해댔지만 팀 분위기상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항상 순한 모습의 빌 러셀 감독도 이때만은 참지 못하고 피아자를 꾸짖었고, 두 사람은 육두문자가 오가는 설전을 벌였다.
코치들도 피아자의 작태를 성토했는데 이번에는 캐로스가 피아자의 편을 들고 코치들과 설전을 벌였다.
팀과 4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캐로스 역시 한 시즌 30홈런 100타점을 쳐내주는 기둥이다.
그러나 올 시즌 계속 2할을 간신히 넘기는 타율에 20타점도 올리지 못하고 부진한 캐로스는 게임에 패하면 공연히 투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등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소시아 코치는 캐로스와 설전을 벌이다 "고비마다 병살만 쳐대며 네가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대놓고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팀의 기둥이라는 두 선수가 이런 작태를 벌이니 팀 분위기가 좋을리가 없다.
항상 겉도는 분위기고, 선수들은 모두 제각각 따로 논다.
때로는 라커룸이 도서관처럼 조용해 도저히 프로 스포츠팀의 라커룸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다저스는 박찬호를 포함해 메이저 리그에서 1, 2위에 꼽히는 투수진을 보유했고,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타자들도 늘어서 있다.
그러나 피아자와 캐로스 두 리더가 제대로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한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 우승은 커녕 플레이 오프 진출도 난망하다.
박찬호가 몸 담은 팀이니 계속 이겨줘야 할텐데 엉망인 분위기는 팀 성적은 물론 박찬호의 성적과도 직결돼 답답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