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칼대신 총잡은 '미녀검객'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1분
미녀 검객이 이번엔 총잡이로 변신했다.
싸우라비 도법연구소 도법시범단장 김은정씨(28).
국내 도법시범단 사상 최초의 여성 단장이자 최연소 단장이기도한 그녀는 영화 `동방불패'의 임청하를 연상시키는 늘씬한 몸매에 우수 어린 눈동자를 가진 미녀로 검계에서는 스타중의 스타다.
그 김은정씨가 지난 25일 서울시 생활체육사격대회 공기권총 여성일반부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검계와 사격계 양쪽에서 화제다.
사격에 입문한지 불과 5개월여만에, 그것도 데뷔무대에서 이뤄낸 우승이기 때문이다.
서울 월계중 2학년때 그저 취미삼아 검도에 입문했다가 현재 해동검도 5단의 공력을 쌓으며 검법에 일가견을 이룬 그녀가 사격에 뛰어든 이유는 검술에 필요한 집중력과 침착성을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총 쏘는 과정은 칼로 물체를 베는 것과 심리상태나 호흡법이 거의 같다고 봅니다. 검술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으로 총을 잡은 거죠."
보통사람 같으면 한손으로 총을 흔들리지 않게 잡으려면 1주일 이상 걸리는데 김은정씨는 사격훈련 첫날부터 한손으로 80%의 명중률을 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4년간 검술로 다듬어진 그녀의 집중력과 냉철함이 사격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 것이다.
이번 대회 우승에 자신감을 얻은 김은정씨는 내친김에 칼에 이어 총까지 달인이 되어보겠단다.
"총과 칼은 메커니즘이 다를뿐 어차피 병기입니다. 또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한 신체적 정신적 조건도 같구요."
중원의 검객이 이젠 황야의 무법자를 선언한 셈이다.
그녀는 다음달 11일 봉황기 사격대회에도 이미 출사표를 던져놓았다.
